여기서 전세사기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자. 첫째로 전세사기의 구조적 원인은 우리나라 전세시장의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즉 전세시장에서 임차인이 집값의 70~90%의 전세보증금을 가졌음에도 집을 사지 않고 임차로 거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전세 시장은 다른 주요 선진 국가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주택 임대시장이다. 이들 주요 국가에선 전세사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집값의 30% 내외의 보증금만 있어도 집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슈화된 '전세사기'는 소위 '빌라왕'이 자기자본을 거의 가지지도 않고 전세를 이용해 2700채의 빌라를 소유했고 주택시장의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소위 '깡통전세'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주택시장의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매매가격의 하락 폭이 크게 확대되었고 결국 매매가격이 전세가격을 밑돌면서 소위 '깡통전세'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셋째,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정보 비대칭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임대시장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의 계약은 통상적으로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데 여기서 공인중개사가 임대인과 공모할 때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가 사실상 어렵게 된다. 넷째 전세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만큼이나 전세대출이 급격하게 확대된 것이다. 2017년에 전세대출 규모가 48조 원에서 2021년에는 170.5조 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는 신용등급과 관계없이 전세금 안심대출이 도입되면서 전세금의 80%는 대출이 가능해지기까지 했다. 정부 정책이 전세시장을 주도한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주거정책은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절감 등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그런데 전세대출 관련 정책은 중산층을 포괄하는 제도로 전반적인 전세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정부의 시각은 어떠해야 할까?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임대정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정립될 필요가 있다. 기존 전세 중심의 정책은 이제 월세 중심의 주거비 절감을 위한 정책으로 중심 이동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정부는 스마트 계약의 도입을 선도적으로 본격화해서 임대시장의 정보 비대칭 현상을 해소하는 데에 주력해야 할 필요도 있다. 즉, 계약 당사자 간에 주택의 소유 및 대출 그리고 거래 정보가 실시간으로 검색되고 동시에 검증되는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은 정부의 과제일 것이다. 언제까지 부동산 계약이 종이로 된 서류에 서로 사인을 하고 이후 깜깜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