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헤이그시의 한 거리에서 테슬라 차량이 2023년 7월 20일 충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정한결
15일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모델Y 롱레인지와 퍼포먼스의 가격을 각각 1만4000위안(약 260만원) 낮췄다. 이에 롱레인지는 29만9900위안, 퍼포먼스는 34만9900위안으로 인하됐다. 모델3의 경우 후륜구동(RWD) 재고 차량을 내달까지 구매시 8000위안의 보조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테슬라의 중국 전월 기준 판매량이 지난달 31% 줄어들자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실제로 중국 외 지역에서는 올해 초 가격 전쟁을 시작한 이래 판매량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뒀다. 유럽에서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7.4% 늘어난 18만6066대를 판매했다.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19.8%에 달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그룹의 판매량은 8.6% 감소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도 전년보다 30% 늘어난 33만여대를 판매하면서 2위인 현대차그룹(3만8457대)과의 격차를 벌렸다.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에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같이 가격을 낮추거나 양산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저가형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포드는 일찌감치 가격을 인하했으며, 테슬라와 중국 본토 경쟁을 벌이는 중국 브랜드들도 손해를 감수하며 가격 경쟁에 참전했다. 버티던 폭스바겐은 실적 부진에 유럽 등에서 자사 모델 할인을 실시했다. 2만5000유로(3573만원)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인 ID.2all 출시도 예고한 상황이다.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킨게임'이 시작된 셈이다. 각 완성차 브랜드는 LFP배터리 등을 통해 비용을 낮추는데 성공하고 있지만 가격 역시 빠르게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가격 전쟁을 시작한 테슬라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률이 지난 5분기 중 가장 낮은 9.8%를 기록했다. 한 때 30%에 달했던 마진도 18.2%로 줄었다.
테슬라는 그럼에도 다른 브랜드보다 여유가 있어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테슬라는 대당 9574달러(1281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2위인 제너럴모터스(2150달러), 6위인 현대차(927달러)와 비교가 어려운 수준이다. 중국 외에도 미국·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최근 "더 많은 차량을 만들기 위해 마진을 희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불안정한 경제상황에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