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신탁사도 지급중단
헝다 파산 당시 한 증권사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관련 기사를 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현지서는 부동산개발기업들의 부실이 연이어 지적되는 가운데 발생한 중룽신탁의 지불유예 상황에 대해 부동산 발 부실이 금융으로 옮겨붙고 있다고 해석한다. 시진핑 행정부가 이른바 레드라인 규제 등 부동산 규제를 실시하며 은행 대출이 막히자 중국 부동산 기업들은 그간 중즈계 등 신탁사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대형 부동산기업 연이어 디폴트 위기에..실체 갖추는 우려
중국 한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들이 멈춰서 있다./사진=머니투데이DB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 도래한 액면가 10억달러 채권 두 종에 대한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30일 유예기간 내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 확정이다. 막아야 했던 이자는 2250만달러. 당장은 한국 돈 300억원도 안 되는 규모지만 비구이위안의 빚은 총 1조4300억위안(약 26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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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이위안이 연말까지 내야 할 이자는 57억6000만달러(약 7조6600억원)다. 비구이위안의 올 상반기 순손실은 550억위안(약 10조원)으로 예상된다. 모두 국내 기준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와 흐름이며, 이자를 갚을 능력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국유부동산업체 위안양(시노오션·遠洋)도 2024년이 만기인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094만달러(약 28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위안양은 지난 2일에도 우리 돈 3700억원 규모 채권을 갚지 못해 이미 디폴트 사정권에 들어선 상황이다.
양사 디폴트 위기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는 실체를 갖추게 됐다. 앞서 초대형 부동산업체 헝다(恒大)와 개발사 완다(萬達)그룹이 흔들리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크리스티 헝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비구이위안은 헝다보다 네 배나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기업"이라며 "만약 디폴트에 이른다면 중국 부동산 시장에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콘트롤 하고 있다는 中, 시장지배력 어디까지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중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신규주택 판매액은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3.1%나 줄었다. 또 중국지수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5월 1~3주 중국 50개 중점도시 신규 주택거래면적은 4월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가까이 줄었다. 연초 반짝 수요가 살아나는 듯했으나 전반적 구매심리가 워낙 크게 위축돼 있다. 집값이 더 떨어질거라는 전망이 나오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이나 일본의 비중이 20% 안팎인데 비하면 경제의 부동산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상황에서 부동산 위축은 전체 성장동력에 심각한 마이너스 요소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상황을 콘트롤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국 정부는 국유금융사들을 통해 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으며 국영기업의 자산 등도 충분히 부동산 시장의 완충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부동산 상황에 대해서도 그간 대비해왔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의 우려는 급격하게 확산하고 있다. 이미 중국 경제상황이 중국 정부의 시장지배력을 벗어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국 현 상황에 대해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진 이후 일본 상황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시장도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다. 홍콩 항셍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8%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34%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0.79%, 1.15%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7%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