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유재석 샌드백' 개편 바라보는 시청자 반응은?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8.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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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영상 캡처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영상 캡처


MBC ‘놀면 뭐하니’ 개편 결과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놀면 뭐하니’는 2주간의 휴식 기간을 가진 후 지난달 1일 개편을 통해 새 출발에 나섰다. 정준하 신봉선이 하차하고 유재석 하하 박진주 이이경 미주 기존 멤버에 주우재가 합류해 분위기 전환에 착수했다.

MBC 간판 연출자인 김태호 PD가 만든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의 ‘1인 무한도전’ 콘셉트로 최고 시청률 10%(이하 닐슨코리아)를 넘으며 토요 저녁 예능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김 PD 퇴사 이후 유재석에 추가로 고정 멤버를 보강해 단체 예능으로 변화를 주며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시청률이 3%대까지 지속 하락, 다시 재정비에 나서게 됐다.



‘놀면 뭐하니’의 이번 개편은 일단 긍정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영업사원’ 에피소드에서는 유재석-하하가 콤비로 모처럼 큰 웃음을 이끌어내며 시청률 4%대를 회복했다. 이어진 ‘농촌 활동’ 편은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엇갈리며 시청률이 다시 3%대로 내려가는 등 아직 시청률 추세는 혼조세다.

하지만 ‘농촌 활동’ 에피소드에서도 이전과는 달라진 멤버들 캐릭터와 호흡으로 종종 인상적인 웃음 유발 순간들이 이어져 개편의 정확한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개편 이전과 이후의 변화는 분명하다. 유재석 활용법이 달라졌다. ‘놀면 뭐하니’는 ‘절대자’ 유재석을 ‘샌드백’으로 바꾸면서 승부를 걸고 있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영상 캡처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영상 캡처
이전 ‘놀면 뭐하니’는 하하가 ‘유재석교 신자’라는 ‘무한도전’ 시절의 우스개 소리를 계속 사용할 만큼 유재석을 천상계에 올려놓고 시작했다. 종종 정준하 신봉선 미주 등이 유재석을 놀리는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유재석을 다른 멤버들은 따르는 구도가 기본이었다. 정준하 같은 경우 유재석에 살짝 반기를 들다가 철저히 진압당하는 흐름으로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예능에서 유재석은 괴롭힐 때 재미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전 ‘놀면 뭐하니’는 멤버들이 유재석을 따르는 구도라 유재석 괴롭히기는 멤버들보다 프로그램 포맷 자체가 담당했다. 유재석이 곤란해하고 힘들어할 미션을 부여하는 방식이 이전 ‘놀면 뭐하니’의 웃음 유발 공식이었다.


반면 새 ‘놀면 뭐하니’는 다른 멤버들이 공격적으로 유재석을 괴롭힌다. ‘영업사원’ 편에서 큰 웃음을 유도한 것은 하하의 유재석 공격이었다. 이날 하하는 유재석의 영업 방식에 문제를 지적하고 게임을 잘못하는 유재석을 구박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쉬지 않고 유재석을 몰아붙였다.

특히 유재석을 찬양하고 순종하는 캐릭터였던 하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유재석 공략에 나선 것은 신선하면서도 강도 높은 웃음을 창출했다. 하하는 이어진 ‘농촌 활동’에피소드에서는 부장을 따르는 부하직원 역할극을 통해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대학 후배 박진주가 유재석을 선배님이라 부르자 유재석이 ‘대학 졸업 못했으니 선배라고 부르지 말라’는 공격 멘트로 다시 투닥거려 유재석 디스를 통한 웃음 유발이 개편 후 새 체제에 계속될 것임을 예상하게 만들었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영상 캡처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 영상 캡처
새로 합류한 주우재도 유재석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하하처럼 적극적으로 유재석을 공략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재석의 말을 안 듣는 방식으로 유재석을 괴롭히며 웃음을 유도하고 있다. 무기력하고 입 짧고 말 안 듣고 고집 센 캐럭터로 그간 예능에서 웃음을 자아내오던 것을 ‘놀면 뭐하니’로 가져온 것.



주우재는 ‘농촌 활동’편에서 유재석이 ‘노동가를 불러보라’는 말을 무시하고, 유재석이 불편해하는 섹드립으로 개그를 하자 유재석이 ‘예능 어디서 배웠냐’고 불만을 토로하게 만드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재석을 괴롭혔다.

개편한 ‘놀면 뭐하니’는 이런 유재석 대 멤버들의 대립 구도를 최대한 활용한다. 유재석과 멤버 중 누군가가 투닥거리는 합이 잘 나오면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리고 유재석 없는 다른 멤버들끼리의 촬영분은 아예 통편집하는 등 유재석 괴롭히기로 선택과 집중하고 있는데 ‘영업사원’ 편에서 하하와의 방송 분량이 대부분을 차지한 경우가 그러했다.

모든 멤버들의 유재석 몰아붙이기는 점차 유재석이 없는 멤버들 사이의 투닥거림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5일 ‘여름휴가 낱말찾기’편 오프닝에서는 하하 우재 이경이 비키니 사진 보정으로 배경건물이 왜곡된 일을 놓고 미주를 공격해 쏠쏠한 재미를 이끌어냈다. 그에 앞서 미주는 녹화장을 잘못 찾은 우재를 때렸다.



유재석 집중 공략하기와 멤버들간의 난타전은 개편 전 무관심의 대상이 돼가던 ‘놀면 뭐하니’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호불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핫이슈로 복귀시켰다. 아직 과거만큼 논쟁이 뜨겁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변화가 개편을 뒤따르는 상황이라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시도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살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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