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캠프보다 나빠"…잼버리에 자녀 보낸 외국 부모들 뿔났다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2023.08.04 10:46
글자크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3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뗏목 체험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피해 휴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3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뗏목 체험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을 피해 휴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포르투갈 보이스카우트 인솔자로 이번 잼버리 대회에 참가한 히카르두 이자이아스는 지난 2일 늪처럼 물기가 차오른 야영장에 세워진 텐트 사진과 글을 남겼다. 그는 "텐트가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이다. 나무도 없고, 견딜 수 없는 더위와 예상보다 높은 습도, 그리고 수많은 벌레"라며 현장 상황을 전했다.

4일 전북 부안에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잼버리 공식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이 참여자와 부모들에게 성토의 장이 됐다.



딸을 대회에 내보냈다는 영국의 한 아버지는 물웅덩이가 가득한 바닥에 팔레트를 올리고 그 위에 텐트를 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당장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상황이 안 좋다. 난민 캠프와 비슷한데 좀 더 나쁘다"고 썼다.

이어 지난달 31일 영국 공식 잼버리 계정에 "걱정스러운 부모로서 한 가지 묻는다. 차선책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그는 전날 SNS를 통해 "제 딸은 지칠 대로 지쳐서 독일 참여자 3명과 함께 집에 돌아오고 있다"며 "지옥 같은 일주일을 위해 3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밝혔다.
/사진=SNS 갈무리/사진=SNS 갈무리
한 네덜란드 남성도 잼버리 공식 계정을 언급하면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제 딸이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데 이미 전날 밤 병원 신세를 졌다. 음식은 부족하고, 물은 비싸고, 위생은 말할 것도 없다고 한다"며 "한국인들은 잼버리 조직을 완전히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오스트리아 여성은 "어리석음과 극단적인 날씨 때문에 5만여명의 어린이 중에 수백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그중에 한명이 18살인 내 아들"이라며 "그가 어제 개영식에서 6시간 동안 구급차에 사람들을 태우고 구조 차선을 정리하는 데 보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 당국이 시기와 장소를 잘못 계획했다"며 "현장에 있는 의사가 너무 적고, 물과 전해질 음료도, 나무도, 견고한 건물도 너무 적다. 스프링클러 비 장치와 대형 텐트는 몇 개뿐이어서 5만여명의 아이를 수용하기에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이들도 "우리 애는 집에 돌아오고 있다" "내 딸이 집에 와서 자고 있다. 깨어나면 이야기해볼 것. 계획하고 기대하고 수천파운드(수백만원)를 들인 게 너무 불공평하다. 일생일대의 여행이 될 줄 알았다"고 동조했다.


이번 잼버리대회는 지난 1일 시작돼 오는 12일까지 행사가 예정돼 있다.

앞서 한국은 2016년 세계스카우트연맹 사무국에 세계 잼버리 유치 의향서를 제출하고 유치 활동을 펼쳤으며 2017년에 투표를 통해 유치에 성공했다.

총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 등을 포함해 1082억원을 편성했다. 조직위원회는 2020년 7월에 출범해 약 3년의 준비 기간을 가졌다.

그런데도 세계 잼버리 부지가 갯벌을 개간해 농지로 활용되던 평지라 그늘이 없다는 점, 배수가 불편하다는 점 등의 우려 사항이 있었고 올해는 긴 장마 이후 폭염이 찾아오면서 온열질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