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사태로 사라진 금감원 조사국 '칸막이'…효과는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3.08.0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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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라덕연 사태 100일]② 달라진 금감원 조사국 한 달 반

편집자주 자본시장을 뒤흔든 라덕연 게이트가 터진 지 100일이 지났다. 충격은 단발적이었지만 생채기는 컸다.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개선과 검찰수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역대급 주가조작 범죄로 기록될 이번 사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복기해본다.

라덕연 사태로 사라진 금감원 조사국 '칸막이'…효과는


"금융감독원은 시장 교란 세력에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합동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월 일어난 SG(소시에테제네랄)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사전 감지하거나 예방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계기로 금감원 조사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됐다. 조사국 명칭부터 인원, 부서 구성, 사건 배당 방식까지 불공정거래 조사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전체에 변화를 줬다. 금감원의 변화가 단순 구조 개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유관기관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15일부터 기존 기획조사(제보·기획사건)·자본시장조사(거래소 사건)·특별조사국(테마주·복합·국제 등 특징적 사건) 체제를 조사 1·2·3국 체제로 전환했다. 특정 부서 업무 편중 문제를 해소하고 부서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달라진 시장 상황에 맞춰 부서도 개편됐다. 조사1국에 정보 수집 전담반과 디지털 조사 대응반을 설치했고 조사3국에는 특별조사팀을 뒀다. 특별조사팀은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중대한 사건을 전담으로 맡게 되며, 유사시에는 태스크포스(TF)로 전환해 사건에 대응할 예정이다.



인력도 대폭 충원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타 부서 소속이던 기존 직원 17명을 재배치해 조사국 인원을 충원했다. 이들은 대부분 조사 업무를 하다가 다른 부서로 보직을 옮겼던 직원들이다. 또 회계사, IT(정보기술) 전문인력 등 경력 직원을 뽑는 절차를 거쳐 이달 중으로 조사 인력 8명을 추가로 충원할 계획이다.

팀 조정으로 실질적인 조사 인력은 더 늘었다. 금감원은 당초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국에 있었던 조사기획팀을 조사 1팀으로 전환해 조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실제 조사 전담 인력이 24명 늘었다. 이달 충원이 완료되면 조사국 인력은 지난 6월 초 기준 70명에서 95명이 된다.

이번 개편으로 사건 배당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사건 유형별로 담당이 정해져 있었다면 개편 뒤에는 조사총괄팀에서 사건의 중요도 등을 감안해 조사 1·2·3국에 균등한 비율로 배당한다. 이 덕분에 부서 간 경쟁 체제가 갖춰져 조사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라덕연 사태로 사라진 금감원 조사국 '칸막이'…효과는
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로도 불공정거래 의심 사건은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지난 6월14일에는 동일산업 등 5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튿날부터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또 3개 종목(동일금속, 방림, 만호제강)은 투자주의 종목(소수계좌거래집중)으로 지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인원이 몇 명 늘었다고 모든 사건을 다 적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사건을 정교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라며 "정보수집반이 생기면서 혐의를 사전에 인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직을 개편하고 인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금감원은 조직 개편 계획을 밝히며 유관기관 간 협업 체계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와 조사정보 공유 시스템을 가동해 불공정거래 관련 제보 및 조치 전력자, 조사 진행사건 등 정보를 자동으로 공유하도록 했다. 검경과도 긴밀하게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모든 사건이 마찬가지지만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라며 "업무는 나누더라도 기관 간 실무자의 소통을 강화하고 협조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조직 개편만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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