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기세, 숨을 쉬려면 세금을 내라?

머니투데이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 2023.07.28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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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37조원가량 줄었다고 한다. 나라살림이 적자를 보지 않으려면 하반기에 세수확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과거 많은 나라는 세수부족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제일 쉬운 것은 세금을 더 거두는 증세였다. 그 방법도 기가 막힌 것이 많았다. 창문세, 모자세, 무자녀세, 수염세, 심지어 오줌세까지 있었다. 하지만 개중 으뜸은 단연 공기세일 것이다.

18세기 중반 프랑스는 영국과의 7년 전쟁에서 패배한 후 사상 최악의 재정난에 직면했다. 여기에 루이 15세의 애인 퐁파두르 부인의 낭비벽이 기름을 부었다. 루이 15세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1759년 퐁파두르의 추천을 받은 에티엔 드 실루엣(1709~1769년)을 재무장관으로 임명했다. 실루엣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바닥난 재정을 메워야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강력한 증세였다. 증세와 관련해 가장 먼저 취하려고 한 정책은 특권계급으로부터 세금을 거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귀족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좌절되는 바람에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다. 실루엣은 살아 있는 모든 것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결국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 착안해 공기세를 만들어냈다. 사람들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은 모두 루이 15세의 은혜이기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역사상 가장 황당한 세금부과 소식에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다. 결국 루이 15세는 공기세를 철회하고 그 책임을 모두 실루엣에게 돌렸다. 실루엣은 취임한 지 4개월 만에 재무장관 자리에서 쫓겨나고 만다.



실루엣이 추진한 정책 중에는 증세 외에 극단적인 긴축도 있었다. 당시 프랑스 귀족들 사이에서는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비싼 물감을 사용하는 등 낭비가 심했다. 실루엣은 귀족들의 낭비를 막기 위해 윤곽을 그린 뒤 검은색 물감 하나로만 칠하는 초상화를 고안한 후 '실루엣 초상화 법령'을 공포하고 그 자신의 초상화도 실루엣으로 그리게 했다. 그러나 실루엣이 4개월 만에 실각하면서 그의 모든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다.

실루엣이 실각한 후 프랑스 시민들은 그에 대한 경멸과 조롱을 담아 그의 이름에다 지나가는 그림자의 의미를 부여했고 값싸게 만드는 것이라면 모두 실루엣의 것이라고 불렀다. 실루엣이 지나가는 그림자처럼 짧게 재임했다는 의미도 있고 검은색으로만 그림을 그렸다는 뜻도 있었다. 그림자 또는 그림의 검은 윤곽을 뜻하는 프랑스어가 '실루엣'(silhouette)인 이유 역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을 거둬들이는 방법으로 증세만큼 손쉬운 것이 없다. 하지만 실루엣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원칙 없이 이뤄지는 무차별적 증세는 공기세처럼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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