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영아들…'4년째 공백' 낙태죄 대체입법 있었다면 어땠을까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3.07.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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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국 곳곳에서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따른 가운데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낙태죄 대체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에서 기인하는 영아 대상 범죄를 줄이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조속히 낙태 관련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말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낙태죄 처벌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낙태죄가 1953년 형법에 규정된 지 66년 만의 일이었다.



헌재는 법 조항이 곧장 무효화하면 제도 공백이 있을 수 있어 2020년 말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다. 이듬해 낙태죄 처벌은 효력을 잃었다. 헌재 결정에 따라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 시술받은 산모 등 낙태죄 관련 재판에서는 모두 무죄 판결이 나고 있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난 지 4년이 되도록 대체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의료체계 공백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에는 임신 기간에 상관 없이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안부터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안 등 다양한 법안이 계류 중이나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아직 없다.



이에 낙태를 원하는 여성은 헌재 결정 이전과 마찬가지로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 하거나 거액의 수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임신 중지를 위한 낙태약 유통도 국내에선 여전히 불법이다.

승재현 한국형사 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임신 주수에 관계 없이 임신 중지가 허용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사전·사후 피임이 모두 가능해야 하고 임신 40주에 가까워도 임신 중지를 할 수 있는 약물을 팔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영아 살해·유기 범행에 10·2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에서도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21년까지 검거된 영아살해 피의자 86명 중 20대가 38명(44%)으로 가장 많았다. 20세 이하(14∼20세)도 29명(34%)에 달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 발생하고 있는 사건과 (낙태 합법 사이) 직접적인 관계를 알긴 어렵지만 청소년 산모의 경우 낙태가 불법일 때 돈이 더 많이 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외협력국장은 "몇 년 전 임신 9개월 된 산모가 병원에 갔는데 낙태 비용으로 현금 1000만원을 내라고 했다더라"며 "그 산모는 현재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지만 이 상담 사례처럼 경제적 어려움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고 후속 조치가 마련됐다면 의료보험 적용 등 제도가 보완됐을 것"이라며 "제도 하나로 (영아 대상 범죄가) 갑자기 줄어들기는 어렵겠지만 이번에 출생신고제가 새로 도입된 것처럼 관련 사건 예방의 일환으로 후속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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