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린다" 라면부터 '백기'…빵·과자 '연쇄 인하' 이어질까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지영호 기자, 유예림 기자 2023.06.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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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업계 1위 농심 신라면 50원 전격 인하... 오뚜기, 삼양식품 등도 후속 인하 나설 듯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의 밀가루 가격 인하 요청에 제분사들이 호응하면서 라면 업체부터 백기 투항하는 모습이다. 라면 업계 1위 농심 (390,500원 ▼9,000 -2.25%)이 대표 인기 상품인 신라면 출고가격을 13년 만에 내렸고, 새우깡은 출시 후 처음으로 가격을 인하했다.

농심은 "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소매점에서 1000원에 판매하는 신라면 한 봉지 가격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 낮아질 전망이다.



2010년 라면값 낮춘 농심, 이번엔 새우깡 가격도 내렸다
농심은 현재 CJ제일제당 (337,000원 ▲4,500 +1.35%), 삼양사 (50,800원 ▼400 -0.78%), 사조동아원 (1,000원 ▼5 -0.50%) 등 대형 제분사와 공급 계약을 맺고 밀가루를 조달받고 있다. 이들 제분사들은 농심에 7월부터 소맥분 공급가격을 평균 5% 낮추겠다고 통보했다.

이를 통해 농심이 얻게 될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신라면과 새우깡 국내 판매량을 고려하면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200억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농심은 지난 2010년 신라면, 안성탕면, 육개장사발면 등 6개 라면 제품 가격을 2.7~7.1% 인하한 바 있다. 신라면은 13년 만에 가격을 낮춘 것이며 새우깡은 1971년 출시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가격을 내린 것이다.

농심은 2개 제품만 선별해 가격을 인하한 이유에 대해 "소맥분 공급가격 인하에 따른 비용 절감분을 여러 제품으로 분산하면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 체감 효과가 낮아진다"며 "품목당 5원 내외로 가격을 낮출 바에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기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에 이어 오뚜기 (413,000원 ▼15,500 -3.62%), 삼양식품 (287,000원 0.00%), 팔도 등 다른 라면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7월 중 라면 주요 제품 가격인하를 검토할 계획이며, 인하율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관계자 역시 "라면 주요 제품 가격을 내리는 방향으로 결정했지만 인하 시기, 품목, 인하율 등 세부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을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서울 시내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을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빵, 과자 업체들도 연쇄 인하 나설까... 고민 커지는 제조사들
라면 업체들이 전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밀가루를 활용한 다른 가공식품 제조사들도 가격 인하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제빵업계 1위인 SPC삼립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의견을 청취 중으로 알려졌다.

농심이 신라면 외에 대표 스낵 브랜드인 새우깡 가격을 내리자 제과 업체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라면 업체만큼 가격 인하 압박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 결정으로 주목을 받게 되면서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과사 관계자는 "제과업계는 밀가루의 원재료 비중이 라면 업체보다 낮은 10~15% 수준이고 초콜릿과 감자 등 다른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많기 때문에 가격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과사 관계자는 "밀가루가 들어가는 제품은 지난해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며 "밀가루 외 원부자재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면 가격 인하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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