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여당이 한대요?"[우보세]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3.06.2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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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인사를 마치고 지나가고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인사를 마치고 지나가고 있다. 2023.5.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처가 굵직한 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뉴스나 속칭 '지라시'를 통해 알려진다. 부처를 담당하는 기자는 진위를 파악한다. 실무부처의 관리자급 담당자에게 연락하면 열에 일곱여덟은 같은 답을 한다.

"(여)당이 한대요?"



마치 옆 부처 소식을 들은 것마냥 돌아오는 되물음에 준비했던 나머지 질문은 입 안에서 갈 길을 잃는다. 이런 통화는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정책의 추진 여부를 언론을 통해 들어야하고 여당에 물어야한다면 부처는 과연 무슨 일을 하는 것인지.

이번 정부만의 일은 아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이나 사건사고마다 뒤따르는 땜질식 처방에 전기·가스, 휴대전화 요금까지. 중앙의 담당부처가 만들어야 할 정책, 내려야할 결정이 정치의 몫으로 넘어갔다.



'당정, 당정청, 당정대' 같은 협의체를 거쳤다고 하나 동일한 지분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의 지분은 잘해야 요식적인 발표나 취재진에 뿌릴 보도자료 수준에 그친다.

오랜 기간 정책을 다뤄온 공직자의 전문성보다 현시점에서 정치적으로 목소리가 큰 쪽으로 정책이 결정된다. 국회의원이나 그 보좌진의 전문성을 떠나 정책에 정치적 이해가 섞인다. 여기에 상대 진영의 반대를 위한 반대까지 더해지면 본질은 사라지고 왜곡된다.

어제는 맞았던 정책이 한순간 잘못된 정책으로 돌변하는 일은 여야 구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매번 누군가 죽고 나서야,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OOO법'이라며 옛날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던 법안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나마 중앙부처가 주도하는 몇 안 되는 정책도 '소비자 맞춤형'이다. 1년 전 이때쯤, 2023년도 예산안 편성과 수정작업이 한창이던 시기. 각 부처 공무원들은 '재해'와 '안전'을 사업명에 끼워넣기에 분주했다. 중부지방을 덮친 폭우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정책 코드를 맞추려 드는 것이다.

당시 한 공무원은 "사업 이름에 '안전'이 들어가야 기획재정부가 삭감을 못 해요"라고 말했다. 중앙부처의 정책 소비자가 국회이니 기재부도 어찌 못한다는 얘기다. 진짜 소비자여야 할 국민은 국회의원이 잘 대변해 주시리라.

'성실히 민의를 대변하고 전문성있고 선거 앞 정쟁에도 휘둘리지 않는' 국회의원처럼 이상적인 의회를 가정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중앙부처의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있지도 않은 권한에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혹은 비리의 책임은 오롯이 중앙부처 공무원의 몫이다. 뻔히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을 시행한다쳤을 때 여당 말을 안 들으면 지금이, 들으면 후환이 두려운 게 지금의 공무원 팔자다.

요즘 신입 5급 사무관은 그 어렵다는 행시에 합격하고도 '중국산고기'를 회피한다고 한다. '중국산고기'는 기피 중앙부처인 중소기업벤처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의 앞글자를 딴 자조적인 신조어다. 한 때 '출셋길'이라고 불렸던 부처가 기피 부처로 전락해버린 공직사회의 무기력이 무능함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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