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美 재무장관 "경기침체 가능성 낮다… 물가 아직 높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3.06.23 14:28
글자크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의' 참가에 앞서 주프랑스 미국대사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의' 참가에 앞서 주프랑스 미국대사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또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결정의 지표로 삼고 있는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은 점을 들며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냈다.

옐런 장관은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의 회복 탄력성을 감안하면 경기침체 가능성은 감소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년 6월 6%에 육박한 이후 줄곧 하향곡선을 그렸다. 특히 연준이 지난해 3월부터 10회에 걸쳐 금리를 올렸음에도 실업률은 4%를 넘지 않았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률은 3.7%였다.

실업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수요를 가늠케 하는 비농업고용지수(NFP)를 보면, 지난달 새로 창출된 일자리는 33만9000개로 지난 12개월 평균치(34만1000개)를 약간 하회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추가 고용지수가 경제전문가 예상치를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수요는 전문직·사무직 분야에서 가장 높았다. 이 분야 NFP는 6만4000개로 △공무(5만6000개) △의료(5만2000개) △레져 및 휴양(4만8000개) 등 다른 분야를 앞질렀다. 전문직·사무직 수요가 높은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와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 트렌드 확산으로 1인당 노동시간이 줄면서 추가 고용이 늘었다는 주장이 있다. 또 전문직의 경우 해고 후 재고용이 쉽지 않아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이 인력 규모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옐런 장관은 "연준이 긴축재정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 리스크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며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경우 경기침체 리스크가 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물가 때문.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를 기록했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나, 연준 목표치인 2%보다는 여전히 높다. 특히 계절이나 국제 정세에 따라 등락이 큰 농산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3%로, 5.5%를 기록했던 4월에 비하면 약간 꺾였으나 여전히 5%대다.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많이 내려왔고 더 내려올 것"이라면서도 근원 CPI에 대해서는 "너무 높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투자시장에 도는 활력과 금리인상 기간 동안 기업과 가계가 감내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연준이 목표치로 잡은 2%는 달성하기 힘든 수치가 아니냐는 것. 올해 들어 나스닥 종합지수(종가 기준)는 10305.24(1월5일)에서 우상향해 22일 13630.61까지 올랐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옐런 장관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은 흥미롭겠지만 지금은 토론할 때가 아니"라며 "정책 결정자들이 물가와 싸우고 있을 때 그런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잠비아의 채무 구조조정 문제도 거론했다. 잠비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17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지고 아프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디폴트에 빠졌다. 대외부채의 3분의 1은 중국 몫이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잠비아의 채무를 조정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잠비아 문제는 주요 20개국(G20)의 빈곤국 부채 탕감 프로그램인 '공동 프레임워크'가 제대로 작동할지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

옐런 장관은 "중국이 건설적 태도로 (부채조정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잠비아 부채조정을 통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중국의 부양책에 대해서는 "(중국이) 경제적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고 외국인 투자에 대해 긍정적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을 것"이라며 "단기적, 중장기적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