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이 수능과 관련해 '카르텔'을 공개적으로 처음 거론한 건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주문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시간이 지나면서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우선 야권에서 지적한 것처럼 윤 대통령이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불쑥 지시를 내린 게 아니란 점이 밝혀졌다. 이미 지난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 정책목표였고 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문항 배제도 약속했는데 6월 모의평가에서 지켜지지 않았단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이른바 일타 강사들은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학원에서 받는 연봉만 200억원대로 알려진 메가스터디 소속 현우진 수학강사는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 언론보도에 "애들만 불쌍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들의 고연봉에 대해 "부모들 등골 뺀 값"(전여옥 전 의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등 비난이 폭주했다.

이와 관련 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내일부터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 과장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해 2주간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발빠르게 후속조치에 나서면서 강남 유명 입시학원 등 사교육 업체의 불·편법 행위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대통령실에서는 이번 수능 관련 지시가 공정한 교육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오랜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현재 저출산 문제의 핵심 요인으로까지 부각되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원래 공정한 교육 기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게 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특정한 사교육을 받아야만 풀 수 있는 킬러문항은 그런 면에서 이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입시 비리 등 수사를 많이 해봤고 본인이 사법고시 9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험 전반에 관심이 지대하다"며 "매년 수능 문제를 풀어보는 등 교육 문제에 평소에도 각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수능시험을 중심으로 교육계에 이권 카르텔이 존재하는지 당 차원에서 밝혀나가겠다"며 "교육시장에 공급자인 일부 강사들 연수입이 100억원, 200억원씩 가는 것이 공정한 시장가격이라고 볼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강사들은) 창의적으로 사업을 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사업가와는 다르다"며 "어찌 보면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나 마찬가지인데 남이 갖고 있지 않은 그걸(킬러문항) 가지고 파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어 "그런 잘못된 시장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당연히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수능 관련 발언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에 대해서는 "킬러문항 없애자는 것은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지난 대선 공약이었다"며 "지금 이 문제를 가지고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해대고 있는데 그분들이 바라는 세상, 그분들이 추구하는 정책인지 무엇인지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