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올해 초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지던 해외여행 예능은 식상하다는 지적이 고개를 드는 것과 함께 다소 주춤한 상황. 이런 와중에 화제성을 몰이 중인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tvN의 ‘뿅뿅 지구오락실2’(이하 ‘지락실2’)와 ‘댄스가수 유랑단’(이하 ‘유랑단’)일 듯하다.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도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막 시작한 터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락실2’와 ‘유랑단’은 시청률 면에서는 3~4%(이하 닐슨코리아) 정도로 초대박은 아니다. 인기 ‘고인물’들인 SBS ‘미운 우리 새끼’나 MBC ‘나혼자 산다’ 등에 수치상으로는 못 미치지만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락실2’와 ‘유랑단’은 여성 예능으로 지칭할 만한 예능이다. 예능을 출연자 성별로 나누는 구분은 좀 이상하기는 해도 한국 예능에서는 의미가 있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전원 남성 프로그램들이나, 여자 멤버는 구색 맞추기로 소수 끼워 놓은 구성이 대부분이었던 한국 현실에서 여성만인 프로그램은 특이점이 분명히 있기에 이를 구분해 부를 호칭이 필요하다.
사진제공='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그러다 TV 시청을 주도하는 층이 30대 이상 여성으로 쏠리는 현상의 심화와 함께 2020년 들어 ‘노는 언니’ ‘식스센스’ ‘나는 살아있다’ ‘갬성 캠핑’ 등 여성 예능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과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등극, 여성 예능의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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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골때녀’와 ‘스우파’의 성취는 아쉬움도 있었다. 두 프로그램의 인기는 출연자들의 투혼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혼도 예능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성과가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예능의 기본인 웃음 유발로 인한 인기는 아니라서 여성 예능은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남겨진 듯했다.
‘지락실’은 마침내 웃음으로 예능판을 주도하는 여성 예능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네 멤버들은 엄청난 텐션과 4차원스러운 엉뚱함으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퀴즈에서는 대환장 오답 파티가 이어지고 이에 혼이 나가 당황하는 제작진의 리액션도 이 프로그램을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강력한 재밋거리다.
사진='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하지만 기우였다.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이 텐션 높은 청춘들의 톡톡 튀는 모습들에 시청자들은 찐 웃음을 정신없이 터트렸다. 제작진이 만들고 이끄는 ‘지락실’의 게임들이 ‘신서유기’ 등을 통해 이미 검증받은 예능 포맷인 덕도 있지만 멤버들의 개인기와 매력이 부족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특히 멤버들의 하이 텐션 액션과 멘트들은 양날의 칼 같아 보였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시끄럽거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웃음과 에너지로 전달되는 것을 보면 멤버들이 가진 매력이 ‘지락실’의 화제성을 이끄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좋은 포맷과 매력있는 멤버들의 조합은 여성 예능도 웃음으로 승부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지락실’은 입증해 보였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처럼 10년 넘게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여성 예능이 이제는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 ‘지락실’의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