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락실’, 웃음으로 연 여성 예능 ‘찐’ 전성시대

머니투데이 최영균(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6.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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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사진='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2023년 여름 초입인 현재 예능의 두드러진 흐름은 무엇일까.

올해 초부터 봇물 터지듯 쏟아지던 해외여행 예능은 식상하다는 지적이 고개를 드는 것과 함께 다소 주춤한 상황. 이런 와중에 화제성을 몰이 중인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tvN의 ‘뿅뿅 지구오락실2’(이하 ‘지락실2’)와 ‘댄스가수 유랑단’(이하 ‘유랑단’)일 듯하다. 기안84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도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막 시작한 터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락실2’와 ‘유랑단’은 시청률 면에서는 3~4%(이하 닐슨코리아) 정도로 초대박은 아니다. 인기 ‘고인물’들인 SBS ‘미운 우리 새끼’나 MBC ‘나혼자 산다’ 등에 수치상으로는 못 미치지만 뜨거운 이슈를 몰고 다니며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락실2’는 지구로 탈출한 토롱이를 잡기 위해 경력직 지구 용사 4인방이 뭉친다는 컨셉트지만 실제로는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4명의 출연진이 나영석 PD가 이끄는 제작진 제시 게임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보면 된다. ‘유랑단’은 한국 댄스 여가수 계보를 잇는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가 전국을 돌며 생활 밀착형 공연을 펼치는 내용이다.

‘지락실2’와 ‘유랑단’은 여성 예능으로 지칭할 만한 예능이다. 예능을 출연자 성별로 나누는 구분은 좀 이상하기는 해도 한국 예능에서는 의미가 있다. ‘무한도전’ ‘1박2일’ 등 전원 남성 프로그램들이나, 여자 멤버는 구색 맞추기로 소수 끼워 놓은 구성이 대부분이었던 한국 현실에서 여성만인 프로그램은 특이점이 분명히 있기에 이를 구분해 부를 호칭이 필요하다.



사진제공='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사진제공='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과거에는 여성 멤버들이 주도하는 예능은 뷰티 등 여성향 케이블 채널로 제한된 영역에서 만날 수 있었을 뿐 지상파 등 주요 채널과 중요 시간대에는 보기 힘들었다. ‘여걸파이브’나 ‘청춘불패’ 등 극히 드물게 인기 프로그램도 있기는 했지만 철저히 비주류로 취급받아왔다.

그러다 TV 시청을 주도하는 층이 30대 이상 여성으로 쏠리는 현상의 심화와 함께 2020년 들어 ‘노는 언니’ ‘식스센스’ ‘나는 살아있다’ ‘갬성 캠핑’ 등 여성 예능이 대거 쏟아져 나오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과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가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등극, 여성 예능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골때녀’와 ‘스우파’의 성취는 아쉬움도 있었다. 두 프로그램의 인기는 출연자들의 투혼에 기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투혼도 예능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은 성과가 분명하지만 아무래도 예능의 기본인 웃음 유발로 인한 인기는 아니라서 여성 예능은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남겨진 듯했다.

‘지락실’은 마침내 웃음으로 예능판을 주도하는 여성 예능이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네 멤버들은 엄청난 텐션과 4차원스러운 엉뚱함으로 큰 웃음을 자아낸다. 퀴즈에서는 대환장 오답 파티가 이어지고 이에 혼이 나가 당황하는 제작진의 리액션도 이 프로그램을 안 보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강력한 재밋거리다.

사진='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사진='지락실2' 방송 영상 화면 캡처
사실 ‘지락실’이 시작하기 전 출연진이 알려졌을 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있었다. 여전히 멤버 전체가 여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모험의 성격이 있는 것으로 예능판에서는 여겨지고 있었을 뿐 아니라 노련한 여성 개그맨들도 아닌 20대 주축의, 심지어 10대도 있는 멤버 구성으로 과연 웃음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이 텐션 높은 청춘들의 톡톡 튀는 모습들에 시청자들은 찐 웃음을 정신없이 터트렸다. 제작진이 만들고 이끄는 ‘지락실’의 게임들이 ‘신서유기’ 등을 통해 이미 검증받은 예능 포맷인 덕도 있지만 멤버들의 개인기와 매력이 부족했으면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특히 멤버들의 하이 텐션 액션과 멘트들은 양날의 칼 같아 보였다. 객관적으로만 보면 시끄럽거나 부담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웃음과 에너지로 전달되는 것을 보면 멤버들이 가진 매력이 ‘지락실’의 화제성을 이끄는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좋은 포맷과 매력있는 멤버들의 조합은 여성 예능도 웃음으로 승부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지락실’은 입증해 보였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처럼 10년 넘게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여성 예능이 이제는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기에 ‘지락실’의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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