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우 NH투자증권 (12,490원 ▲90 +0.73%) 리서치본부 기업분석부 테크팀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일본의 부활'을 손꼽았다. 도 팀장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자전산학과를 졸업하고 SK하이닉스 D램 개발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반도체 전문가다.
도 팀장이 일본의 부활을 가장 위협적인 이유로 지목한 이유는 그 뒤에 미국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반도체 분야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차세대 반도체 개발과 인력 양성을 위한 공동 로드맵'을 짜기로 했다. 1980년대 반덤핑 등 무역규제로 결별했던 미국과 일본이 다시 손을 잡은 모습이다. 명분은 반도체 인재 육성이지만,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이 궁극적 지향점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일본의 몰락은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정책 결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1970년대 첨단산업에서 미래 가능성을 엿본 일본이 뛰어든 게 반도체 산업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다. 1990년 6개 일본 기업이 D램 시장의 80%를 차지했다. 상위 1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은 인텔과 TI, 모토로라 등 3개 기업뿐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사진=NH투자증권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지만 문제는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반도체 생산공장을 중국에 두고 있는데, 미국은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에 따른 반도체 부족물량을 한국 기업들이 채워주지 말라고 요청할 정도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도 팀장은 외교적으론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 실익을 취하는 소위 '슈퍼을' 전략을 취하면서 초격차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한국은 운명적으로 미국, 중국과 사이좋게 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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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요 축소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AI(인공지능)과 운송용(모빌리티) 등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얘기다. 도 팀장은 반도체 산업 위기상황은 올해 하반기 정리될 것으로 보고 "엄밀히 말하면 (단기적으로)위기라고 보긴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