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 찔끔찔끔" 고통 호소…"이것 절대 하지 마" 의사들 경고 이유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6.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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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헤드 뺀 샤워기 호스로 항문 안까지 씻어낼 수 있어요." "관장용 주사기, 생수 2ℓ(리터)만 있으면 쉽게 관장할 수 있어요."

놀랍게도 요즘 유튜브 영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성소수자임을 공개한 이들은 항문성교를 즐기기 전, 저마다의 '장 세척법 꿀팁'이라며 소개한다. 항문성교를 해왔다는 사연은 동성뿐 아니라 이성 간에서도 발생한다. 부부간 잠자리에서 남편의 강요로 항문성교를 오래 한 후 대변이 줄줄 새 고통받는 아내의 사연도 공개된 바 있다. 이런 항문성교에 대해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은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은 행동"이라며 "항문성교를 즐긴 후 치러야 할 대가가 엄청나다"고 경고한다. 과연 어떤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까. 전문의들의 조언으로 항문성교가 불러올 수 있는 주요 질환의 발생 위험성과 기전을 알아본다.



"대변 찔끔찔끔" 고통 호소…"이것 절대 하지 마" 의사들 경고 이유


변실금
변실금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대변이 찔끔찔끔 새어 나오는 질환이다. 심한 경우 툭하면 대변을 지려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변실금 환자는 2018년 1만560명에서 2022년 1만5434명으로 4년 새 1.5배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숨은' 변실금 환자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2019년 변실금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증상이 나타나고 얼마 뒤 병원을 찾았나? 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2.6%가 '1년 이상'이라고 답했고, 그중 49.4%는 5년이 넘어서야 병원을 처음 찾았다. 약 10년간 병원을 찾지 않았다는 환자도 23.6%에 달했다.



변실금의 원인은 다양하다. 분만 시 회음부를 절개하면서 괄약근 일부를 절제한 경우, 직장암 수술로 항문 부위를 절제한 경우, 노화로 항문 지지 근육이 약해진 경우, 방사선 치료받은 경우, 당뇨병을 심하게 앓는 경우 변실금이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원인은 주로 난산을 경험한 여성, 노화와 당뇨병·직장암 등을 앓는 고령층에 주로 해당하는 얘기다.

문제는 '젊은 남성층'의 변실금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20~40대 남성의 변실금 환자는 2018년 419명에서 2022년 548명으로 4년 새 1.3배 증가했다. 젊은 남성층의 변실금은 항문성교 같은 비정상적인 성행위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 중구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A씨는 "젊은 남성의 동성 간 항문성교로 인해 변실금이 발생해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적잖다"며 "심지어 20대 남성이 기저귀를 차고 오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릇된 성적 판타지를 추구하기 위해 항문에 물건을 삽입했다가 병원을 찾는 사례도 적잖다고 한다. 서울송도병원 남우정(대장항문외과 전문의) 부원장은 "응급으로 온 환자가 대변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해 X선을 촬영했더니 커다란 이물질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며 "이런 경우는 한두 번이 아니라 가끔 발생한다"고 말했다. 남 부원장은 "항문에 지름 4㎝가 넘는 큰 물체가 들어가면 항문에 열상을 입히고, 직장(대장 끄트머리로, 항문까지 곧게 내려오는 부위)에도 문제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문은 점막이 얇아 작은 충격에도 손상당하기 쉽다. 항문성교나 항문에 물체를 집어넣는 행위는 항문 점막과 괄약근에 손상을 입히기 쉽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대변이 의지대로 조절되지 않는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변실금은 한 번 생기면 완치는 어렵다.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다.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항문 내 근육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감지용 센서를 넣고, 잘못된 근육 수축을 환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스스로 운동하게 해 올바른 이완법을 익히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전기 자극 치료'는 항문에 탐침자를 넣어 전기로 항문 근육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직장의 감각 능력을 회복하고 항문 괄약근을 수축해 근육을 강화한다.



비수술적 치료로도 효과가 없거나 항문관, 항문 괄약근이 이미 손상당한 경우 괄약근 교정술, 괄약근 성형술, 후방 항문교정술 같은 수술적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만약 항문 괄약근이 완전히 손상당했다면 실리콘 기기로 인공 항문 괄약근을 몸 안에 심는 '인공 항문 괄약근 조성술'을 고려할 수 있다.

곤지름
항문성교 후 항문이나, 항문 안쪽에 울퉁불퉁한 사마귀가 생겼다면 '항문 곤지름'을 의심할 수 있다.

곤지름(콘딜로마)은 감염 병변이 '사람의 젖꼭지(유두) 모양'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사람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 가운데 6·11형에 성기·항문 부위가 감염되면서 생겨난 사마귀를 가리킨다. 표면에 윤기가 있는 좁쌀 모양의 병변으로 생겼다가, 시간이 지나면 병변들이 모여 산딸기나 닭 볏 모양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 바이러스는 질을 통한 일반적인 성관계를 통해 여성에겐 자궁경부암을, 남성에겐 성기 곤지름을 유발한다. 하지만 항문을 통한 성관계 후엔 항문 쪽 병변으로 나타난다. 이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해 단 한 번의 성 접촉으로 약 50%가 감염될 수 있다. 대개 성접촉 2~3개월 후에 피부병변이 나타난다.

항문 곤지름은 초기엔 크게 문제 되진 않지만, 항문 안쪽으로 퍼질 경우 병변이 혹처럼 툭 튀어나와 배변을 방해한다. 항문이 좁아지고, 심하면 막히기도 한다. 남우정 부원장은 "곤지름은 항문을 성적 기관으로 사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라며 "항문 곤지름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하더라도 항문 점막이 상당히 예민한 곳이어서 이곳을 절제하면 항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곤지름 치료엔 포도필린 수지(podophyllin resin), 포도필록스(podofilox) 로션·젤, 사염화 초산액(trichloracetic acid, TCA) 등의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냉동치료, 전기 소작법, 탄산가스 레이저 등의 치료법도 나와 있다.



HPV 11형의 바이러스의 모형. HPV 11형의 바이러스의 모형.
엠폭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0시 기준,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확진자는 107명이다. 엠폭스 확진 환자 특성 데이터가 취합된 12일(106명) 기준, 확진자 106명 가운데 남성이 104명, 여성이 2명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감염경로에 대해 조사하고 있거나 진술을 거부한 사람을 제외한 101명 가운데 1명(의료 노출)을 제외한 100명은 모두 '성 접촉'이 감염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엠폭스는 감염된 사람·동물의 체액이나 피부·점막 병변(발진·딱지 등)에 주변 사람이 '직접' 접촉할 때 잘 전파된다. 감염자와의 성관계나 피부 접촉 시 감염 위험이 가장 크다는 얘기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특히 엠폭스는 성 접촉을 통해 가장 널리 전파된다"며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의 엠폭스 발병 현황을 보면 남성 동성애자 그룹에서 유행하는 게 특징으로, 남성의 정액 같은 체액을 통한 감염이 주된 감염 경로로 보인다"고 밝혔다.

엠폭스(원숭이두창) 국내 발생 현황(2023년 6월 14일 0시 기준)/출처=질병관리청엠폭스(원숭이두창) 국내 발생 현황(2023년 6월 14일 0시 기준)/출처=질병관리청
전 세계적으로 엠폭스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현재까지의 현황에 따르면 엠폭스는 체액 중에서도 침·땀이 아닌, 감염자의 정액·혈액 등이 상처 난 부위를 통해 더 잘 전파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기관 방역전문가 B씨는 "정액·혈액이 모두 '혈장'에서 유래된다는 점에서 보면 혈장 유래 물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일반적인 성관계에서는 질 내 상처·출혈이 날 가능성은 드물지만, 항문 성관계에서는 항문 점막에 상처가 나고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감염 통로를 단순히 정액만 놓고 보기보다는 '상처 부위를 통한 혈장 유래 체액(정액·혈액) 감염'으로 봐야 한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엠폭스가 일반적인 이성 간 성관계보다 항문성교를 즐기는 남성에서 더 잘 전파되고 있다는 사실은 항문성교 후 '상처'난 곳에 혈장 유래 체액 속 바이러스가 침투해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엠폭스에 걸린 남성(양성애자)이 여성과 항문성교를 한다면 여성의 항문 점막 상처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엠폭스 진단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되면 격리 입원해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실시한다. 엠폭스에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 가볍게 나타나고 2~4주 후 완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고위험군(면역저하자, 소아, 임산부, 수유부, 기저질환자 등)에서 드물게 중증(출혈·패혈증·뇌염 등)으로 진행하거나, 합병증(2차 세균 감염, 심한 위염, 설사, 탈수, 기관지폐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폐렴이 유발됐거나, 뇌·눈이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의료진은 환자의 중증도와 사망 위험도를 고려해 필요하면 항바이러스제(테코비리마트)를 투여한다. 단, 항바이러스제는 환자에게 기대되는 임상적 유익성이 위해성을 상회하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에이즈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1만5196명(2021년 내국인 기준)으로, 성별로는 남자가 1만4223(93.6%)명, 여자가 973명(6.4%)으로 집계된다. 특히 2021년 한 해 동안 975명이 새롭게 신고됐으며, 남자(897명)와 여자(78명)가 11.5대 1의 성비를 나타냈다. 또 20대가 36.1%(35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30.1%(293명), 40대 15.2%(148명)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81.3%를 차지했다.



특히 2021년 에이즈 감염자의 역학조사 결과, 동성 간 성 접촉 후 감염된 비율은 64.7%, 이성 간 성 접촉 후 감염된 비율은 35.1%로 동성 간 성 접촉이 1.8배 더 많았다.

에이즈는 HIV(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다. HIV의 주된 전파 경로는 성 접촉, 오염된 주사기 공동 사용, 혈액이나 혈액 제제의 투여, 모유 수유를 통한 수직 감염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된 전파 경로는 성 접촉이다. 전문의들은 콘돔 없이 항문성교를 한 경우 에이즈 감염에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일반 피부의 세포는 감염에 강한 '편평세포'로 이뤄져 있지만, 항문·직장은 감염에 매우 취약한 '원주세포'로 구성돼 있어서다.

"대변 찔끔찔끔" 고통 호소…"이것 절대 하지 마" 의사들 경고 이유
HIV에 걸린 사람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과 성관계를 맺으면 파트너의 몸속으로 감염자의 정액, 질 분비물, 혈액 등이 들어가면서 HIV가 전파될 수 있다. 특히 성병으로 인한 염증, 생식기 점막의 궤양, 성기에 상처가 있을 때 더 잘 전파된다. HIV 감염자와 성관계를 '한 번' 맺을 때 HIV에 걸릴 확률은 0.04∼1.38%이지만 반복할수록 감염 확률은 높아진다. 질병관리청은 "항문성교는 에이즈 감염에 취약한 가장 위험한 성적 행동"이라며 "HIV 감염으로 확진되면 가능한 한 빨리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HIV에 걸리면 급성 증상기→임상적 무증상기→증상 발현기 등 3단계를 거친다. 급성 증상기(감염 후 3∼4주)엔 감염자의 30∼50%에서 발열, 근육통, 식욕부진, 메스꺼움, 복통, 피부발진 등 증상이 감염 후 1개월 전후 나타나기 시작해 10∼15일 지속한다. 임상적 무증상기는 HIV에 걸린 후 에이즈가 발병하기 전으로, 8∼10년 동안 특이 증상 없이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사람마다 이 기간은 다양하다. 그러나 증상이 없더라도 타인에게 전파 위험은 있다. 무증상기를 거친 후 체중 감소, 피로, 식욕부진,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 면역세포(CD4+ T) 수에 따라 기회감염 또는 악성종양의 질환이 나타나는 후기 증상기에 돌입한다.

항바이러스제 복용 시작 후 약 2주일 후에 바이러스 수가 크게 줄어든다. 약 8주 후에는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바이러스 수를 감소시켜 면역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단, 약제 복용을 중단할 경우 다시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증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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