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철도따라 주거·업무·녹지공간 만든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김평화 기자 2023.06.13 05:15
글자크기

서울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보고서…중심지 철도축별 특성공간 검토

지상철도가 지하로 내려가고 남은 지상 부지를 맨해튼의 허드슨야드와 파리 리브고슈 지역처럼 개발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용산·수서 철도차량 기지 부지를 포함해 지상철도 구간을 지역별 특성에 맞춰 주거·업무·여가·녹지 공간축으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지하화 계획은 정부와 서울시 등의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의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내 지상철도는 동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 권역의 주요 중심지들을 통과하고 있다. 지상 철도망을 지하화하면 역세권뿐 아니라 철도축을 따라 여가문화 시설, 공원 조성 등 입체적인 도시공간으로 재창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경부·경의 등 국철·도시철도 지상 구간 따라 지역별 공간 재구축
정부와 서울시는 지상철도 부지를 중심으로 주변 일대를 하나의 공간축으로 개발하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첫 사업지는 서울역과 용산역을 관통하는 경부선 지상 철로 구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상부에 놓인 선로가 27개에 달해 부지가 가장 넓고, 시내 중심부라는 상징성이 있어서다. 서울시는 앞서 서울역~용산역 구간에 대규모 녹지공원을 조성하는 계획 등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경부선 중 서울역~구로 구간은 서울국제업무축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양도성과 용산 국제업무지구, 영등포 신산업지역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을 대표하는 국제업무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부선의 구로~석수 구간은 서울 최대 산업밀집지역인 구로·가산·대림 일대 준공업지역 특성을 살린 신산업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다른 지상철도 구간별도 지역 특성을 살린 공간 육성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경인선 구로~온수 구간은 복합 물류·유통공간으로, 경의선 서울역~수색 구간은 신촌, 상암 등을 연결해 대학가와 미디어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 공간으로 구상 중이다. 녹지 등 친환경 공간도 마련된다. 경원선 용산~청량리 구간은 한강변을 따라 연결하는 수변공간으로, 경춘선 청량리~신내 구간은 동북권 여가문화 공간으로 구축된다. 나머지 도시철도 구간도 상업·업무, 첨단지식산업 등 다양한 도시기능을 연계해 공간 육성 방향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같은 지상철도 지하화에 따른 공간축 개발 구상이 구체화되면 기존 도심 철도차량 기지 개발 계획과 함께 상승효과(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용산·수서 철도차량 기지 등을 뉴욕 맨해튼의 허드슨야드나 파리 리브고슈처럼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엔 시가 관리하는 수서차량기지 등 9개 철도차량기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맡고 있는 수색차량기지 등 6개 철도차량기지가 있다.

낙후된 철도 시설과 주변 지역을 하나의 공간축으로 묶어서 통합·개발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홍콩은 1985년부터 철도건설과 역세권 부동산 개발을 연계한 복합개발을 시행해왔다. 철도건설의 재원은 철도역과 연계한 부동산 개발을 통해 조달하고, 부동산 개발수익을 신규 노선 건설사업 재투자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일본은 '대도시지역 택지개발 및 철도정비의 일체적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마련해 택지개발과 철도건설사업 추진을 통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법 제정에 이어 정부의 철도지하화사업과 연계한 상부공간 통합개발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