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사진=KIA 타이거즈
부상에서 막 복귀한 'KBO 골든글러브 3회' 경력의 나성범(34)의 성적이 아니다. 2019년 KIA 타이거즈로 팀을 옮겨 지난 4년간 만년 백업으로 불렸던 '대전고 김동주' 이우성(29)의 2023시즌 성적이다. 고교 시절부터 촉망받던 그 잠재력이 프로 1군 데뷔 8년 만에 만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우성은 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6번·우익수로 선발 출전,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KIA는 이우성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에 7-3 승리를 거두고 3연패에서 탈출했다.
마지막 타석이 압권이었다. 모두가 지친 9회초, KIA가 6-3으로 앞선 1사 2, 3루 상황에서 우측 담장 끝까지 향하는 홈런성 타구로 경기를 끝낼 뻔했다. 우중간 1타점 2루타에 그친 것이 아쉬울, 그야말로 주전 우익수 나성범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활약이었다.
이우성. /사진=KIA 타이거즈
최원준. /사진=KIA 타이거즈
이우성의 눈에 띄는 활약에 KIA는 국군체육부대(상무)로부터 복귀를 앞둔 주전 외야수 최원준(26)을 올해 한정으로 1루수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우성, 소크라테스 브리토, 고종욱 등 기존 선수의 맹활약에 주전 우익수 나성범이 곧 복귀해 마땅한 자리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9일 경기 전 김종국 KIA 감독은 "최원준은 군대 가기 전 2시즌 정도 외야로 나갔지만, 그 전에는 내야 다방면에서 뛰었다. (상무에서) 1루도 경험을 해보라고 부탁했는데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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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기량을 만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확고한 외야 주전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리그 평균 이상의 외야 수비, 다른 하나는 좌완 투수를 상대로 약한 역스플릿 성적이다. 보통 우타자는 좌완에게 강하기 마련이지만, 이우성은 통산 좌완 상대 성적이 타율 0.206, 우완 상대 타율이 0.258일 정도로 좌완에 약했다.
올해도 표면적인 성적만 놓고 보면 우완 상대 타율 0.361, 좌완 상대 타율 0.231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성실함과 열정으로 그 단점마저 지워나가고 있다. 조승범 KIA 전력분석코치에 따르면 이우성은 경기 전 상대 투수 브리핑을 듣고 분석실을 가장 많이 찾는 KIA 선수다. 그 결과 이우성의 좌완 상대 타율은 4월 0.125, 5월 이후 0.278로 차츰 높아지고 있었다.
9일 최원준은 내·외야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올해 상무에서 저조한 성적(28경기 타율 0.220)에도 발탁될 만큼 군 입대 직전 최원준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임팩트가 있었다. 하지만 KIA 팬 모두가 오매불망 기다렸던 그 국가대표 외야수의 빈자리는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던 누군가에 의해 채워지고 있었다.
이우성. /사진=KIA 타이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