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협력사 관계자는 연간 인건비 지출 추이를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했다. 반도체는 인건비 지출이 많은 업종 중 하나다. 무기계약직·임기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를 활용해 비용을 감축하고 있지만 인건비가 지속 상승하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안이 반도체의 '뿌리'인 협력사 경쟁력을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의 임금 인상 요구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물가 대응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지난달 열린 최저임금위에서도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 인상과 적용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경영계는 이미 인건비 지출이 기업 수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입장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최저임금 인상시 고용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영세 반도체 기업은 인건비가 지속 상승해 추가 채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인력 충원을 포기하든지,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의 한 패키징 기업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하면 물량이 늘어도 주문을 받을 수 없다"라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계약직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건비 대신) 다른 부문의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르면 올해 4분기, 내년 초부터 반도체 수요가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업계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분기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반등하고,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구축과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로 물량이 급등할 전망이다. 이 때 협력사가 휘청거리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부족한 반도체 인력은 5만명 규모이지만, 중소 협력사는 당장 1~2명을 충원하려 해도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라며 "주문량 소화를 위해서는 인력 확보가 필수적인데, 영세 기업이 추가 인건비를 지출하게 되면 경쟁력 강화는 고사하고 자금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