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이 바닷물에 녹는다고?…신소재 개발 나선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05.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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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그래픽=최헌정 디자인기자


기업들이 '바닷물에 녹는 플라스틱'인 PHA(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 개발에 나서고 있다. PLA(폴리락틱산) 등 기존 바이오 플라스틱 대비 생분해 요건이 까다롭지 않아서 미래 고부가가치 소재로 손색없다는 판단에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및 바이오 기반 PHA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PHA는 미생물 배양 후 발효하는 과정을 거쳐 제조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다. 일반적으로 옥수수·사탕수수 등을 활용해 만드는데, 롯데케미칼은 여기에 석유·화학 원료를 기반으로 한 PHA 개발도 함께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원료 기반 PHA의 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바이오 원료 대비 대량생산이 가능해 소재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중 사업 추진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며 "바이오와 석유·화학 모두 다 할 지, 아니면 둘 중 하나만 할 지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최근 네덜란드 파크스 바이오와 PHA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파크스 바이오는 음식물 쓰레기로 PHA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PHA 양산 기술, 생산 시스템뿐만 아니라 음식물 자원화 시설까지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분해 플라스틱을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PHA 개발의 선두에 서 있는 업체로는 CJ제일제당이 있다.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 바이오 공장에서 PHA 생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현재 5000톤 수준의 생산량을 2025년 6만5000톤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까지 받아서 식품 포장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CJ제일제당이 만든 생분해 소재 PHA. /사진제공=CJ제일제당CJ제일제당이 만든 생분해 소재 PHA. /사진제공=CJ제일제당
기업들이 PHA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탈(脫) 플라스틱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PLA와 같은 바이오 플라스틱이 '온도 60도'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줘야 분해되는 것과 달리, PHA는 일반 토양 및 바닷물 등의 환경에서 잘 분해된다. 특히 해양에서는 거의 100% 분해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사로도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서해 대부도 연안에서 CJ제일제당이 개발한 PHA의 생분해성을 실험한 바 있다. 당시 비결정형 aPHA의 경우 11주만에 57.1% 무게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PLA의 무게가 1.2%만 줄어든 것과 현격한 차이가 났다. 토양 실험 등에서도 생태계에 유해한 독성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가는 것은 단순 글로벌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규범이 되어가고 있다"라며 "미래 소재 선점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이 PHA 등의 개발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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