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뮤지엄, 홍콩 /사진제공=Photo: Kevin Mak (C) Kevin Mak, Courtesy of Herzog & de Meuron
홍콩섬에서 항구 너머 카우룽 반도의 바다 매립지에 자리한 이 건물은 역사나 유적의 영향을 받지 않은 완전히 새 땅에 자리 잡고 있다. 건축가들은 단단히 자리 잡을 발판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립지 아래를 뒤졌는데, 이 새로운 건물을 정착시킬 공학적 고고학 작업이었다. 지하실은 대각선으로 비어 있는 공간이 되었는데, 바로 아래 옆에 공항 익스프레스 철도가 있음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도록 만드는 복합 하부구조 공법이다. 같은 건축가들이 만든 런던 테이트 모던의 '터빈 홀'(Turbine Hall)을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동굴인 이 극적인 빈공간은 '발견된 공간'(Found Space)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를 발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이 분명하다.
2021년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 봉쇄 이후 다시 문을 연 M+는 웨스트 카오룽 문화지구의 가장자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아시아의 MoMA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2012년 건축 공모 이후 홍콩의 문화는 급격하게 정치화되었다.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검열이 널리 알려졌다. M+ 주변에는 점잔 빼는 듯한 홍콩 고궁 뮤지엄과 무시무시한 느낌조차 드는 시취(Xiqu, 戱曲) 중국 전통극 센터 등 자의식이 강하게 표현된 여러 건물들이 있는데, 이 건물들은 중국 본토로의 문화적 이동을 대변하며, 이로써 M+의 자유주의적 글로벌리즘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적인 중국 문화를 들이미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미는 차치하고 이 새로운 뮤지엄은 예술, 건축, 대중문화, 영상, 디자인이 어우러져 진정으로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물 자체(원래는 59억 홍콩달러(미화 7억 5천만 달러)로 추정되었으나 현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으로 추정됨)는 석재로 뒤덮힌 고층 빌딩들로 빽빽한 협곡 사이에 좀 더 열린 블록을 만들기 위해 이러한 양식을 처음 도입한 뉴욕의 파크 애비뉴에서 익숙하게 보이는 슬래브 와 포디움이라는 20세기 중반 건축 양식으로 되돌아간 형태다. 포디움은 사방이 개방되어 있어 의도적으로 접근을 환영하고, 테라스는 홍콩의 오래된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을 제공한다.
M+ 뮤지엄, 홍콩 /사진제공=Photo: Joe Wong, Courtesy of M+,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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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술이 이제는 많이 친숙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곳에서 잘 전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M+는 전 주중 스위스 대사이자 중국 현대미술의 선구적 컬렉터인 울리 지그(Uli Sigg)의 컬렉션을 포함해 그런 미술로 야심차게 우리의 시점을 이끈다. 또한 큐레이터들이 그래픽과 디자인, 고급과 저급, 품격과 키치를 예술 작품 곳곳에 섞어 놓은 방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활기찬 전시를 만들어 낸다.
다른 곳에서는 종종 뒷전으로 밀려나는 건축물 자체가 이곳에서는 가장 눈에 띄고 기억에 남는 전시작품이 된다. 일본의 컬트적인 디자이너 구라마타 시로(倉?史朗, 1934-1991)가 디자인한 스시 바의 전체 인테리어는 서방에서 일본의 세계지배를 우려하던 1980년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게리 창(Gary Chang)의 '트랜스포머 실내공간'을 복제한 작품은 슬라이딩 벽을 살짝 당기는 것만으로 좁은 홍콩 아파트를 순식간에 재구성할 수 있는 멋진 '모빌 인테리어'다. 대중잡지들의 화려한 색상이 관광 안내 책자와 아방가르드 그래픽, 1960년대의 촌스러운 플라스틱 전등갓 옆과 매우 아름다운 모더니즘 의자 옆에서 빛을 발한다.
쿠사마 야요이(草間彌生, 1929-) 작품은 무한 거울 상자에서 필수적인 인스타그램 인증샷을 찍을 수 있다. 나는 사진을 찍지 않았더니 이에 놀란 직원에게 부드럽게 훈계를 들었다. 내가 설명을 잘못 이해한 게 분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 예술적 표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우려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골적이든 교묘하든 정치적 의도를 가진 작품이 많이 보인다. 기자 회견에서 여러 번 강조된 공식 입장은 모든 기관이 법의 테두리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조심스럽게 밟아야 할 선이 있지만, 첫인상은 긴장감이나 두려움이 아니고, 역사의 미묘함에 대한 정치적 동기에 의한 재해석 보다는 자유로운 표현과 감상의 폭발 같은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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