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 장원준(왼쪽부터)과 포수 양의지가 23일 삼성전 위기를 넘기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며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역투를 펼치고 있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장원준(38)이 23일 삼성 라이온즈전에 958일 만에 선발로 1군 마운드에 올랐다. 5년, 정확히는 1844일 만에 승리를 위해 오랜 짝꿍 양의지(36)와 호흡을 맞췄다.
길어진 부진 속 은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시즌 전 새로 사령탑에 오른 이승엽 감독과 면담을 통해 다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경기 후 만난 장원준은 "제 생각을 먼저 물어보셨다"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감독님께서도 이렇게 은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1년 기회를 줄테니 한 번 잘해보자고 말씀하셨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동료들에게 승리 기념 물벼락 세례를 맞고 있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승리 후 장원준(왼쪽에서 2번째)이 이승엽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부진했던 5년 돌아본 장원준은 "많이 쫓겼던 것 같다. 심리적으로 '빨리 복귀해서 팀에 보탬이 돼야지'라는 생각으로 너무 쫓겨서 2군에서 준비할 때도 너무 급하게 했던 게 역효과가 나서 부진이 길어진 것 같다"며 "어떻게 보면 제 몸 상태가 예전 그 폼이 안 나오는 폼인데 자꾸 그 폼을 쫓아가려고 그랬다. 오히려 더 컨트롤도 안 좋아지고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을 앞두고 몸 상태를 끌어올렸고 투구폼도 재정비했다. 퓨처스(2군)에선 권명철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투심패스트볼도 장착했다. 이게 효과를 봤다. 이날도 70구 중 31구가 투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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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가 있어 든든했다. 장원준은 "5년 만에 배터리를 맞춘 건데 그냥 의지만 믿고 던졌다"며 "예전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승리 후 소감을 전하고 있는 장원준. /사진=두산 베어스
선배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심지어는 막걸리의 기운까지 빌렸다. "제가 막걸리를 사놨다. 원준이 형이 라커 위에 올리더라. 다행히 잘 풀린 것 같다"는 양의지는 "좋은 기운이 나오도록 살짝 뚜껑을 열어놨다. 잘 풀리라고 많이 뿌려놨다"고 설명했다.
큰 일을 해낸 선배를 위한 특별한 선물도 있다. 양의지는 "이따가 맛있는 밥 사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2015년 자유계약선수(FA)로 두산으로 이적하며 84억 원 대형 계약을 맺었던 장원준이다. 과거 밥을 많이 얻어 먹었다는 양의지는 그 사이 NC로 이적하며 4년 125억 원, 다시 두산으로 돌아오며 4+2년 152억 원을 챙기며 KBO리그 FA 누적 수입 1위에 등극했다.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양의지는 베테랑 대우에 진심이다.
"(장원준이) 많이 늙었죠. 안쓰럽죠. 저도 늙었는데... 처음에 (두산에) 왔을 땐 돈을 많이 받고 왔기 때문에 밥을 많이 사줬는데 이젠 제가 (김)재호 형이랑 원준이 형이랑 열심히 모셔야죠."
양의지도 130승을 챙긴 장원준에 대한 특별한 소회를 밝혔다. /사진=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