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32) 사진. /사진=뉴스1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이기영 살인 사건의 피해자였던 택시 기사의 딸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A씨는 "혹여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 있어서 누가 될까 우리 가족은 언론에 한마디 내뱉는 것도 정말 조심스럽고 노출을 극도로 자제해왔다"며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기영은 지난 19일 1심에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기영이 A씨 아버지인 척 유족과 나눈 카카오톡 화면. /사진='네이트판' 갈무리
그러나 위치 추적 요청과 함께 실종 신고를 하고 기다리던 A씨에게 돌아온 것은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었다고. A씨는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장례 절차와 수사 협조를 진행했는지…지금도 그날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라며 "평범한 가족이었다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하며 행복해야 했을 성탄절이 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고 적었다.
당시 조사 결과를 보면 이기영은 실종신고 5일 전인 12월 20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사고 상대방인 A씨 아버지를 집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살해 후 이기영은 A씨 아버지의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769만원 상당 물품을 구매하고 계좌이체, 대출을 통해 5000여만원을 빼앗았다.
이기영이 피해자의 계좌에서 자기 통장으로 돈을 이체한 내역. /사진='네이트판' 갈무리
이 시각 인기 뉴스
또 "아버지 시신의 신원확인을 위해 간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장례지도사님이 제게 아버지 얼굴의 훼손이 심하니 많이 충격받을 거라고 보는 것을 극구 말렸다"며 "남동생이 유일하게 봤는 데 오랜 시간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했다.
A씨는 "사건이 일어난 지 이제 반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족들을 더 힘들게 하는 판결이 어제 나왔다"며 재판 결과를 납득할 수 없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탄원서에는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이 본인의 죄를 인정한 점과 공탁한 사실을 참작해 양형 이유로 들었다. 공탁과 합의에 대해서 유족은 지속해서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왔다"며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의 강제된 사과는 피해자에게 있어 도리어 폭행과 같다. 피고인은 반성문 한 장 제출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정말 반성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적었다.
끝으로 "사건 이후 저희 아버지의 명복을 빌어주신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힘내서 열심히 살겠다"고 썼다.
이기영은 지난 19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기영에게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명백히 정당화할 수 있는 특정한 사실이 있을 때만 허용돼야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기영은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쯤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해 택시와 사고를 낸 뒤 "합의금과 수리비를 많이 주겠다"며 택시 기사를 파주시 아파트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기영은 범행 후 전 여자친구의 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8124만원을 사용했고 소유 아파트까지 처분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