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주식을 비롯해 국채, 부동산 등 니치마켓으로 빠르게 몰려다니는 자금 탓에 강남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단기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금융권, 특히 증권사들은 시중 유동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CMA는 여러 곳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상당액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16일 기준 49조9000억원으로 지난달 말(53조2000억원)에서 8% 가량 감소했다. 2600선을 코 앞에 뒀던 코스피지수가 최근 한 달 간 2400~2500 사이 갇혀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자 주식을 팔고 CMA로 이동한 이들이 상당했다는 설명이다.
시중자금이 갈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현상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뿐 아니라 채권, 부동산 등 다른 투자시장에서도 강세와 약세 재료가 혼재되고 있어 방향성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부동산 시장도 서울 강남과 재개발이 추진되는 일부 역세권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계부채 리스크 때문에 반등이 시작됐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원자재나 리츠 등 대체투자 시장 역시 방향성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아직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미국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이고 지역은행 파산으로 시작된 우려도 남아있다. 장의성 미래에셋증권 반포 지점장은 "고객들은 주식시장은 현재 들어가기가 애매하다고 보고 부동산도 가격이 많이 떨어졌지만 바닥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예금 금리가 급락하면서 MMF나 CMA 등 예금금리보다는 높은 단기자금용 상품에 자산을 두고 시장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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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가장 높은 물가 수준과 강도 높은 긴축, 겪어보지 못한 금리 변동성 등 투자자들이 상식이라고 여겨왔던 이론들이 무색해 졌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장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하반기 역시 자산 가격 흐름을 전망하기 쉽지 않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질서는 고성장, 저물가, 저금리, 신용확대에서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 신용축소로 변화했다"며 "투자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가계부채 축소,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안정적 배분, 외화자산 확대, 주식형 자산보다 채권형 자산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기 흐름이나 통화정책 방향이 가시화될 때까지는 안전자산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누적된 금융시장 리스크가 가시화되고 있고 통화 긴축이 지속되는 국면에서 리스크는 확대될 것"이라며 "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완화되기 전까지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투자자들 역시 리스크가 크고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보다는 채권 등 부채형 자산들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머니무브는 이미 시작됐다. 최근 3개월간 장외 채권시장에서 순매수 규모는 174조6560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했고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는 9조8000억원으로 3배이상 증가했다. 장의성 지점장은 "이미 자산가들은 채권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채권을 매수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만큼 채권 투자를 긍정적으로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