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각의 힘으로 승부하자

머니투데이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2023.05.17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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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 사진제공=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실이광재 국회 사무총장 / 사진제공=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실


나라도 어지럽고 세계 질서도 어지럽다. 챗GPT가 세상을 달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모든 나라가 선진 기술 획득과 산업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세계는 어제의 친구도, 내일의 친구도 없이 이익만을 위해 주고받기하고 있다. 기술과 자원, 에너지, 기축통화 질서까지 세계적인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가와 개인 모두 두려움을 느낀다. 대한민국 경제가 지금 정점에 있는 건 아닌가? 개인은 어디서 출발해야 낙오되지 않을까? 혼돈의 시대를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생각하는 힘'이다. 힘의 원천은 교육이다.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혁신에 온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첫째, 세계적인 생각의 힘을 만드는 연구중심의 일류 대학을 키워야 한다. 국력은 경제력에서 나오고 경제력은 기술력에서 나온다. 기술력은 교육에서 나온다. 톰 크루즈 주연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미래 기술 장면들은 MIT 미디어랩의 도움으로 탄생했다. MIT 대학의 문장엔 책(지식)과 망치(기술)가 함께 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은 인구 3만8천의 작은 도시다. 명문 농과대학을 중심으로 연 매출 80조 원의 세계적인 식품 클러스터가 됐다. 바헤닝언 대학에 들어서면 이런 문장이 보인다. "Today is knowledge, Tomorrow is business.(오늘의 지식이 내일의 산업이다)" 세계적인 도시와 국가 모두 연구중심 대학이 성장 엔진의 역할을 한다.

둘째,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생각의 힘과 능력을 길러야 한다. 에스토니아 전직 대통령 두 분을 인터뷰해봤다. 에스토니아는 수학, 컴퓨터, 세 개 이상의 언어 교육에 집중 투자해 디지털 선도국가로 도약했다. 고대 그리스부터 오늘날까지 변하지 않는 중요 과목은 수학과 문해력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너무 많은 과목을 배운다. 학생도 지치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힘들다. 챗GPT의 등장으로 암기 교육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셋째, 다른 생각을 만나야 생각의 힘이 커진다. 협업 능력의 DNA는 체육에서 나온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탱은 '왜 프랑스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졌을까'를 연구했다. 그는 영국을 방문해 학생들이 스포츠에 열중하는 모습을 봤다. 스포츠를 하면 건강한 몸과 헌신하는 정신을 얻는다. 그는 많은 영국 귀족 자제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치는 것을 보며 '영웅을 만드는 체육의 힘'을 깨달았다. 미국 기업들이 미식축구 선수 출신을 선호하는 것도 협업의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넷째, 세계 최고의 지적 자극을 받아야 생각의 힘이 강해진다. 국회의원 시절 당대 지성의 강연을 저렴하게 들을 수 있는 '교육판 넷플릭스'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유발 하라리, 마이클 샌델 등 석학이 총집결한 EBS <위대한 수업>이 탄생했다. 우리 국민이 세계적인 지식을 수도꼭지의 물처럼 마음껏 누려야 한다. 국내외 최고 석학 한 명당 1억원씩 투자하면 만 명에 1조원이 들어간다. 콘텐츠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아프리카, 아세안의 아이들에게 공급하면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뀔 것이다.

다섯째, 한국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 생각의 힘이 진화한다. 한국어 영토가 넓어질수록 융합의 에너지가 커진다. 괴테는 "독일인은 독일어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에게 비자 혜택을 주자. 세계인들과 더불어 생각의 힘을 키우는 나라가 된다. 이민을 통한 저출생 문제의 해법도 될 수 있다.


이제 암기하는 대한민국에서 질문하는 대한문(問)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모방하는 나라에서 창조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이 세상에 없는 것,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을 만들어낼 때 우리의 안보도 경제도 미래가 있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지지리도 못했다. 매일 나머지 공부를 마치고 다음 날 아침 친구들이 풀 수 있도록 자습 문제를 칠판에 써 놓았다. 텅 빈 교실을 나와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참 외로웠다. 하지만 많은 성장을 경험하는 각성의 시기였다. 한 사람도 낙오되지 않는 사회가 되려면 생각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 힘이 있어야 개인도, 국가도, 역사도 함께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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