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하나 주세요"하던 시절...삼각김밥은 짜장면 한그릇 값이었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2023.05.13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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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 메뉴판. 당시 짜장 한 그릇에 800원, 짜장면은 1000원이었다.1990년 서울의 한 중국음식점 메뉴판. 당시 짜장 한 그릇에 800원, 짜장면은 1000원이었다.


최초의 편의점 삼각김밥은 짜장면 한그릇 가격이었다. 요즘 가격으로 보면 편의점 삼각김밥 가격이 1200원 안팎이니 5000~7000원 하는 짜장면 한그릇 값으로 삼각김밥 4~5개를 사먹을 수 있지만, 초창기 삼각김밥은 상당히 고급 음식이었다.

1980년대만해도 전국민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던 시절이라 일본에서 이미 대중화된 삼각김밥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 정도는 가야 살수 있었다.



그러던 삼감김밥을 국내 편의점 매대에 처음 올라온 건 1989년이다. 세븐일레븐은 송파구 방이동에 1호점을 낸 직후 처음으로 편의점 삼각김밥을 선보였다.
1989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1호점/사진제공=코리아세븐1989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문을 연 세븐일레븐 1호점/사진제공=코리아세븐
당시에 자동생산기술이 없던 때라 세븐일레븐은 소공동 롯데백화점 지하 식품부에서 판매하던 삼각김밥을 그대로 납품받아 팔았다. 팔던 제품명도 일본식 주먹밥을 의미하는 '오니기리'였다. 가격은 900원.

1989년 짜장면 한그릇이 800~1000원 수준이었으니 삼각김밥이 짜장면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당시 최저임금은 시간당 600원 수준이었다.



초창기 판매했던 오니기리는 연어·명란젓·햄·우엉 등 네가지 맛이었는데 밥이 거의 70~90%를 차지하고 내용물은 아주 조금 들어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손님이 직접 얼음과 콜라, 사이다, 환타 등을 담아 마실수 있도록한 '걸프'라는 음료수도 함께 판매했다. 1990년 12월부터 서울 쌍문동에서 첫 세븐일레븐 가맹점을 운영한 고근재씨의 말에 따르면 "음료기기 앞에 '셀프'라고 써 붙여놨는데 당시에는 '셀프'라는 개념도 생소해 손님들이 그 문구를 보고 "셀프주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던 '셀프 탄산음료' 걸프/사진제공=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던 '셀프 탄산음료' 걸프/사진제공=코리아세븐
19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사람들은 편의점에서 푸드 상품을 잘 사먹지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식당에서 따뜻한 밥과 국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편의점의 차가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점차 편의점에서 푸드 상품군을 찾는 사람이 늘자 세븐일레븐은 한국식 삼각김밥 제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부동의 1위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가격은 낮아졌다. 세븐일레븐은 2001년 기존에 900원에 팔던 삼각김밥 가격을 700원으로 낮췄다. 2001년 짜장면 가격은 2500~3000원 수준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세븐일레븐이 자체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삼각김밥 모습/사진제공=코리아세븐2000년대 초반 세븐일레븐이 자체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삼각김밥 모습/사진제공=코리아세븐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처음 만든 나라는 일본이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에서 마요네즈 소스만 들여와 만들까 고민했다가 단가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자 직접 개발에 착수했다. 1999년 7월에야 세븐일레븐에서 '한국식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이 출시됐다.



현재 편의점 4개사 간의 경쟁이 치열해 각 사의 삼각김밥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세븐일레븐이 30년사(史)를 편찬하면서 공개한 일본의 삼각김밥 판매량을 보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기준 일본 세븐일레븐의 점포당 일일평균 판매량은 320개였다. 점포수 1만8000개를 곱하면 세븐일레븐에서만 하루에 576만개가 팔리는 셈이다. 다른 경쟁사까지 포함하면 1년에 44억8200여개가 팔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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