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장강명 작가가 최근 티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AI시대에 대한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댓글부대>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 시대적 이슈를 다뤄온 장 작가는 SF소설 분야에 있어서도 이름난 작가다. 그가 집필한 SF소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은 최근 일본 SF 문학상인 '성운상' 후보에 올랐다.
예컨대 소설 집필의 과정도 인간과 AI가 협업하게 되는 것은 물론 효율성이라는 가치에 따라 작업이 재편될 것 같다는 예상이다. 그는 "소설가라는 직업이 기획자, 스토리텔러, 교열자 이런 식으로 쪼개지게 될 것"이라며 "플롯을 잘 짜는 사람, 문장을 잘 다듬는 사람, 총 감독을 잘하는 사람 등으로 인간 소설가의 영역은 축소되는 일이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업의 의미와 역할이 변질될 미래에 대해 장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만약에 인공지능이 엄청난 문학 걸작을 써낸다면
질투심이 아니라 무력감이 느껴질 것 같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장 작가가 자신의 인생에서 추구해왔던 목표가 부정되는 좌절감을 겪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장 작가는 AI로 인해 벌어질 우울한 미래를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AI시대에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기 전에 '인공지능 기술을 우리가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는 것. 장 작가는 "프레온 가스, DDT(살충제), 원자력 등 우리는 기술을 통제해 본 경험이 있다"며 "원자력은 국제기구를 만들고 규칙을 만들어 정부도, 대학도, 기업도 감시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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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어떤 기술에 대해 전 국민이 모두 '그건 통제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면 통제가 된다"며 "보통 기술이라는 것은 자생하듯 생겨나고 인간은 거기에 적응을 해야 할 것 같지만 이론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장강명 작가와의 인터뷰 중 일부를 일문일답으로 옮겨 놓은 내용
- 과거에는 SF가 장르 문학이었다. 이제는 기술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에 주류 문학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당대 이슈에 관심이 있는 작가다. 당대 사회에 관심이 많은 작가고. 특히 개인한테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이런 거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한국이 싫어서>라든가 <댓글부대>라든가 이런 당대 이슈들을 주제로 많이 삼았다. 2023년에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니면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을 생각할 때 과학기술도 진짜 큰 이슈인 것 같다. 특히 인공지능 같은 것들과 증강현실, 예측 분석 기술 등 이 같은 기술이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걸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낀다.
- AI가 일자리의 미래, 장 작가의 경우라면 소설이나 소설가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알파고 때도 AI는 상당히 센세이셔널 한 이슈였다. 다만 알파고가 나왔을 때는 저게 내 삶에 당장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몰랐었는데 챗GPT가 하는 걸 보니까 진짜 내가 일자리에서 쫓겨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에 그 때보다 지금 더 많은 사람들이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제일 지키고 싶어 하는 게 뭘까라고 생각해보면 결국 일자리가 아닐까? 뺏긴다는 두려움 앞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단결을 할 것이고 인공지능 기술이 전면 도입되면 결국 사람들이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정치 권력에 요구를 하고 그래서 오히려 일자리는 안 줄어들 수도 있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든다. 대신에 사람들이 다른 걸 내줄지도 모르겠다. 그게 바로 소설의 가치, 예술의 의미를 내주는 것 아닌가 하는 상상도 들었다.
- 예술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장인'의 길, 분업화 된 소설 제작 분야에서 총감독의 역할을 하는 것 이렇게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된다면 어떤 쪽을 선택하겠는가?
그 갈림길을 최대한 미루고 싶고, 선택의 날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대다수가 자기가 갈림길에 서 있는 줄 잘 모르더라. 이런 저런 작업을 하다 보면 내가 어느 순간 어느 길 위에 서 있을 것 같고, 어느 날 내가 이미 갈림길에서 한 길을 선택했구나 라는걸 깨달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이 같은 변화가 최근 100~200년 동안 인류가 걸어온 길 같다. 과학 기술 위에서 걸어온 길들. 우리가 어떤 기술이 개발이 되면 기술이 먼저 사람들한테 영향을 미치고, 거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끌려가는 형태가 현대 문명, 과학 문명의 한 특성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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