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낮춘 KFC만 팔렸다...버거 프랜차이즈 M&A 줄줄이 무산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3.05.0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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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한국맥도날스 인수 중단...맘스터치 매각 논의도 '빨간불'

(1984년 4월 국내에 오픈한 KFC 1호점인 종로점이 38년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올해 1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KFC 종로점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1984년 4월 국내에 오픈한 KFC 1호점인 종로점이 38년만에 영업을 종료했다. 올해 1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KFC 종로점에서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지난해부터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던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KFC만 새주인을 찾게 됐다. 매각가 5000억원 이상이 거론된 대형 M&A였던 한국맥도날드와 맘스터치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조율에 실패하면서 매각 협의가 중단됐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KG그룹은 KFC코리아 지분 100%를 550억원에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했다.



지난해 KFC가 M&A 시장에 나왔을 때 시장에선 인수 예상가로 약 1000억원이 거론됐다. 하지만 최종 거래액은 이보다 450억원 가량 축소됐다. KG그룹은 2017년 KFC코리아를 500억원에 인수해 밑지고 판 것은 아니지만, 이 기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급매'로 넘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올림피자를 운영 중인 오케스트라 PE는 전국에 약 200개 매장을 갖춘 KFC를 인수해 기존 외식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
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서울 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같은 날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 협상을 중단했다. 동원산업은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동원그룹은 식자재 생산, 유통 분야의 노하우를 살려 외식 사업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맥도날드 인수전에 나섰다. 하지만 가격협상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 측은 기존 매장 등의 부동산 소유권을 유지하고, 로열티 지급 및 본사 운영 방침 이행 등을 전제 조건으로 약 5000억원의 요구했지만, 동원그룹은 적정 인수금액으로 약 2000억원을 제시한 것 전해졌다.

한국맥도날드는 2016년 이후 6년 만에 재매각을 추진했지만, 이번에도 불발됐다. 한국맥도날드는 동원그룹의 매각 중단 공시 이후 "한국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파트너 물색을 계속 추진 중이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재매각 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한국맥도날드가 2019년 이후 3년간 1201억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데다, 레드오션이 된 버거 프랜차이즈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매각가를 낮춰야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서울 시내 한 맘스터치 매장. 2023.02.12.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시내 한 맘스터치 매장. 2023.02.12. /사진제공=뉴시스
올해 1월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맘스터치도 최근 매각 논의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맥도날드와 달리 매수 의향자가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인수금액이 하향 조정되지 않으면 M&A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 거론된 예상 인수가격은 6000억~7000억원 선이었다. 현재 소유주인 사모펀드 케이앨앤파트너스가 2019년 맘스터치를 1973억원에 인수했기 때문에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은 업황을 고려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만 맘스터치가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고 다른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달리 로열티 부담이 없다는 것은 강점이다.


2021년 말 M&A 시장에 나온 버거킹은 종합외식기업 bhc그룹과 글로벌 사모펀드가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1조원대의 높은 매각가, 약 2000억원 수준의 회계상 부채 등이 걸림돌이 되면서 지난해 11월경 매각 작업이 중단됐다. 버거킹도 결국 매각가를 낮춰야 M&A 시장에서 인수 희망자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코로나19 확산 기간 배달 특수로 매출이 높아졌지만, 최근 원가 상승 압력이 커졌고 경쟁이 치열해서 버거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점은 버거 프랜차이즈 M&A 협상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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