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 /사진=트위터 @Jon Erlichman
고(故)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는 1965년 잡지 '일렉트로닉스'를 통해 이른바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알려진 예측을 내놓았다.
50여년 전 컴퓨터의 급격한 성능 향상을 예언함과 동시에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한평생 노력한 무어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하와이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향년 94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텔은 "무어의 공헌 없이 현재 우리 삶에 필수적인 컴퓨터를 상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무어는 뛰어난 과학자이자 미국 최고의 기업가이자 비즈니스 리더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 /사진=인텔
이처럼 화학을 좋아하던 무어가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1956년 윌리엄 쇼클리 박사가 주도하던 벡맨인스트루먼트의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에 입사하게 되면서부터다. 이곳에서 그는 인텔 공동 창업자이자 평생의 친구인 로버트 노이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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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클리 박사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 등 많은 업적을 세운 과학자였으나 연구소 운영 방식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결국 무어와 노이스를 비롯한 8명의 연구원은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떠나 '페어차일드 반도체'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쇼클리는 이들을 '8인의 배신자들'이라고 칭했다.
이들은 페어차일드 반도체에서 실리콘 트랜지스터의 최초 상업 생산을 이끌었다. 이는 '실리콘 밸리'의 시발점이었다.
특히 무어는 1965년 반도체에 집적하는 트랜지스터 수가 1~2년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언급하기도 했다. 무어는 당초 1년마다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고 관찰했으나 10년 뒤 2년마다 2배 증가한다고 정정했다. 그의 예측대로 반도체 집적회로는 컴퓨터뿐만 아니라 자동차, 휴대전화 등 각종 전자기기에 적용되면서 일상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무어-노이스, 인텔 설립…세계 정상급 반도체 업계로 '우뚝'
(왼쪽부터)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 /사진=고든&베티무어재단
노이스가 반도체 공학 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이론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어는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수많은 시간을 들여 트랜지스터를 만지며 노이스의 아이디어를 다듬는 데 집중했다.
이들의 지휘하에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달성했고, 무어는 '반도체 전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1971년 세계 최초 상업용 마이크로프로세서인 '인텔 4004'를 출시해 컴퓨터 소형화의 길을 열었다. 인텔 4004는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로, CPU(Central Processing Unit)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후 제작된 '인텔 8088'이 당시 컴퓨터 1위 업체였던 IBM PC에 장착되면서 인텔은 세계 반도체 시장을 휩쓸게 됐다. 뛰어난 리더십을 선보였던 무어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인텔 회장과 CEO를 겸임했으며, 1997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다.
은퇴 후에도 사회적 책임…미국 최대 기부자 등극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와 그의 아내 베티 무어 여사 /사진=고든&베티무어재단
그는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민간인의 최대 영예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2005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멜린다 부부를 제치고 미국 최대 기부자에 등극했다.
고든&베티무어재단의 하비 파인버그 회장은 무어에 대해 "고인과 함께 일해 본 이들은 그의 지혜, 따뜻함, 관대함에 의해 영원히 고무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제 영면에 든 무어는 컴퓨터 혁명을 이끈 공적뿐 아니라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의 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반도체 역사뿐만 아니라 사회사업에서도 그 이름을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