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이정후. /사진=OSEN
이정후는 1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 방문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신인왕을 차지했던 첫 시즌 루키로서 세울 수 있는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듬해부터 5년 연속 외야수 골든글러브 한 자리에 그가 있었다. 교타자로서 자리를 잡는가 싶더니 파워를 증대해 장타력을 끌어올렸고 2021년엔 타율 0.360으로 생애 첫 타격왕에, 지난 시즌엔 타율(0.349), 최다안타(193), 타점(113), 출루율(0.421), 장타율(0.575)까지 5관왕에 등극했고 심지어 커리어 첫 20홈런도 돌파(23홈런)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과감히 변화를 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 자격을 얻는다. 빅리그 투수들은 KBO리그에 비해 속구 평균 구속이 5~10㎞까지도 빠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변화구의 궤적도 더 변화무쌍하다.
앞서 KBO리그를 초토화시킨 뒤 빅리그에 도전했던 김현수(LG 트윈스), 박병호(KT 위즈)를 비롯한 많은 타자들이 고전했던 이유가 빠른공 적응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니 변화구에도 더욱 쉽게 당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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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준비 동작을 간소화한 이정후. /사진=키움 히어로즈
노력하는 천재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WBC를 통해 본 이정후는 자신에게 꼭 맞는 새 옷을 입은 듯 했다. 한국야구는 쓰디쓴 열매를 삼켰으나 이정후 만큼은 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줬다. 타율은 0.429(14타수 6안타)에 달했고 세계가 다시 한 번 이정후를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한일전에서 선발로 나선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시속 153㎞ 공을 받아쳐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던 그가 주목한 장면은 따로 있었다. 첫 타석에서 몸쪽 140㎞짜리 컷패스트볼(커터)을 잡아당겨 오른쪽 라인으로 보낸 파울볼이었다. 결과를 떠나 일본 최고 투수 중 하나인 빅리거 투수의 공을 바뀐 타격폼으로 제대로 때려냈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 눈앞의 결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더 넓은 시야로 성장가능성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를 읽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때 얻은 자신감은 대회 내내 맹타를 휘두른 원동력이 됐다.
소속팀에 복귀해 시범경기에 나선 그는 18일에 이어 이날도 홈런을 때려냈다. 전날엔 강속구 투수 문동주의 시속 152㎞ 속구를 우측 담장 넘기는 솔로홈런을, 이날은 또 다른 파이어볼러 펠릭스 페냐를 맞아 137㎞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빠른공이든 변화구든 문제가 없었다.
이미 이정후에 대한 MLB 스카우트들의 평가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빅리그 진출 직전 시즌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강정호와 김하성(샌디에이고) 등이 성공적으로 MLB에 진출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직전 시즌 막강한 장타력을 과시했기 때문이었다.
이미 더 나아질 게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정후가 올 시즌 얼마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단순히 성적뿐 아니라 150㎞ 이상 빠른공을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고 있는 KBO리그에서 이들을 상대로 어떤 성과를 낼지도 이정후의 MLB 성공 가능성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는 흠 잡을 게 없는 완벽한 출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