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도 환율은 22원 급락…美 긴축 조기 종료 기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3.03.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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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에도 환율은 22원 급락…美 긴축 조기 종료 기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하루 22원 넘게 내렸다. 금리 인상에 가속 패달을 밟던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SVB 사태를 계기로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란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2.4원 내린 1301.8원에 마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2원 내린 1317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하락폭을 키워 장중 한때 1298.3원까지 떨어지며 4거래일 만에 1300원대 아래를 찍기도 했다.

SVB 파산 쇼크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됐음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급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해진 영향으로 보인다. 시장은 SVB 사태를 통해 연준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탓에 벤처기업을 통한 예금 유치 의존도가 높았던 SVB가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이 악화된 스타트업 등의 예금 인출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SVB가 초저금리 시기 매입한 국채 등을 손해를 감수하고 팔았지만 유동성 위기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긴축 장기화 부작용으로 은행이 폐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오는 21~22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밟기엔 그만큼 부담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미국 고용지표도 원/달러 환율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2월 비농업 신규 일자리수가 31만1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약 22만5000개)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지난 1월 증가 일자리 수(50만4000개)보다는 증가세가 둔화했다.


다만 실업률은 3.6%로 전망치(3.4%)보다 높았다. 시간당 평균 임금상승률도 4.6%도 시장 예상치(4.8%)를 밑돌며 미국 노동시장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시장은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추고 연말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다시 한번 배팅하는 모양새다.

실제 연준의 통화긴축 공포감이 긴축 조기 종료 기대감으로 바뀌며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달러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자정(현지시간) 기준 103.8선까지 낮아졌다. 지난주 내내 '1차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05선에서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다만 시장에선 오는 14일(현지시간) 발표 예정인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준의 3월 금리 향방을 좌우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고용지표 만으로는 경제 상황 판단이 어려워진 까닭에 가장 확실한 물가지표를 본 뒤 최종 금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쳐 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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