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불똥튄 美바이오… 산업 충격파 '촉각'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3.12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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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미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자금줄
파산 사태로 중소형 바이오텍 영향 우려… 한국과 직·간접적 관련 기업도 존재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에 불똥튄 美바이오… 산업 충격파 '촉각'


미국 스타트업 자금줄 역할을 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바이오 업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SVB는 지난해 중소형 테크·헬스케어 기업 IPO의 44%를 담당했다. 초기 단계의 다수 바이오 벤처가 SVB에 예금을 두거나 대출을 받아 간 만큼 이들 기업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미국 바이오 벤처들도 SVB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들은 지난 10일(현지 시각)부터 촉발된 SVB 파산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수 중소형 바이오 기업이 이날 장 마감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10% 가까이 주가가 빠진 곳도 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SVB 파이낸셜과 그 자회사인 SVB를 폐쇄했다. 뱅크런 가능성이 커지자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영업을 중단시킨 것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파산관재인으로 임명됐으며 SVB의 기존 예금을 이전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다수 중소형 바이오 기업이 SVB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이다. SVB는 벤처캐피탈(VC) 전문은행으로 초기 단계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면서 이들로부터 받은 예금을 다른 스타트업에 대출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SVB 총자산은 2090억달러(약 276조원), 총예금은 1754억달러(약 232조원)다. 미국 내 16위 규모 은행이다.



SVB는 지난해 벤처 투자로 설립된 헬스케어 기업 절반에 대출·예금 등 은행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IPO를 진행한 테크·헬스케어 기업의 44%가 SVB 고객이었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에 현금 유동성은 특히 더 중요하다. 이들 기업은 매출이 없지만 임상 시험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지속적인 적자를 겪는다. 임상 시험을 완료하고 제품을 허가받아 출시하기까지 적자를 버티게 해 줄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의 대출 은행의 파산은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다수 VC가 자신이 투자한 바이오 기업에 SVB 예금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기업은 SVB에 묶인 현금이 많지 않다거나, 회사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는 내용의 발표를 급하게 내놓기도 했다.


가령, 액섬 테라퓨틱스(Axsome Therapeutics)는 주요 예금이 SVB에 있지만 또 다른 은행 계좌 예금과 현재 대출 규모로 회사 운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CAR-T 세포 치료제를 개발해 주목받았던 아셀렉스(Arcellx)는 크지 않은 규모의 예금이 SVB에 있으며 핵심 현금은 다른 은행에 예치했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구글이 인공지능(AI) 암백신 개발을 위해 투자했던 그릿스톤 바이오(Gritstone Bio)가 작은 규모의 SVB 예금을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8% 주가 급락을 겪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3억달러를 투자해 주목받았던 릴레이 테라퓨틱스(Relay Therapeutics)도 보유 현금 약 5%를 SVB에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바이오 벤처 중에서는 한국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곳도 있다. 액섬 테라퓨틱스는 SK바이오팜 (89,600원 0.00%)이 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의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동아에스티 (65,700원 ▲400 +0.61%)가 지난해 12월 미국 자회사로 편입한 뉴로보 파마슈티컬스(NeuroBo Pharmaceuticals)는 2017년 SVB와 1500만달러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 SVB로부터 2500만유로 대출을 받은 어피메드(Affimed)는 지씨셀 (36,800원 ▲500 +1.38%)의 미국 자회사인 아티바(Artiva)와 함께 세포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다만, 우려와 달리 SVB 파산이 실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심수민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이번 사태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회사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며 "그러나 SVB가 매우 특이한 은행이고, 금융당국이 빠르게 대처하고 있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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