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26일 흥국생명전에서 선수들의 득점에 박수를 치며 미소짓고 있다.
차상현(49) 서울 GS칼텍스 감독은 선두 인천 흥국생명을 잡아낸 뒤 다음과 같이 푸념했다. 그동안 부진을 거듭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털어냈기에 이제야 꺼내놓을 수 있는 본심이었다.
GS칼텍스는 26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17 29-31 23-25 25-19 15-10)로 승리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과 6차례 맞대결에서 3승 3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경기 전 "몇 년 전부터 흥국생명만 만나면 0-3으로 지더라도 쉽게 승리를 내준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소중한 승점 2를 수확했다.
승리 후 함께 기뻐하는 GS칼텍스 선수단. /사진=KOVO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18점) 기록을 세운 권민지는 "무조건 이기는 게 좋다. '지면 질 수 있다'라고 말은 하지만 다들 속상했을 것"이라며 "티 안내면서도 이기고 싶은 마음인지 체육관에 얼굴이 많이들 보였다"고 웃었다.
차 감독은 최근엔 선수들과 이야기도 나눴다. 분위기가 가라 앉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실점하거나 공격에 실패했을 때 짜증내는 일이 많아져 오해를 사는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경기 전 그는 "이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늘 뿐 아니라 지고 나면 보기에 맥없이 진 것 같아 보이고 이기면 설렁설렁했더라도 열심히 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며 "준비를 잘 안하거나 지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경기하다가 안 될 때 선수들의 표정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 표정도 조금은 조심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어떤 날은 화풀이가 승부욕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어떨 땐 짜증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조금 더 조심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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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선수들은 실점 후에도 감정 조절을 하려고 애썼다. 1세트 상대 공격에 허무하게 당하자 안혜진이 공을 주먹으로 내려쳤는데, 그 공이 심판에게 향하자 안혜진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오해 생길 일을 없애려고 했다. 강소휘가 스파이크 서브가 네트에 걸린 뒤 웜업존 선수들에게 하소연하자 동료들은 그를 달래며 감정을 억누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차 감독은 경기 후 "(한)수지가 주장인데 고마운 부분이 있다. (선수들의 감정 표현 등이) 오해를 살 상황임에도 열심히 역할을 해줬다"며 "선수들하고 코칭스태프하고도 같이 오늘 경기 만큼은 파이팅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이) 잘 지켜준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게 성적 때문이다. 승리 후엔 모든 게 용서된다. 권민지는 스트레스로 고생해 얼굴이 까매졌다는 차 감독의 말을 듣고는 "원래 까맣다.매일 봐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처음에 봤을 때도 그러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기회는 있다. 5위로 뛰어오른 GS칼텍스는 3위 대전 KGC인삼공사(승점 49), 4위 김천 한국도로공사(승점 48) 차를 좁혔다. 선두를 잡아낸 만큼 더욱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