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비대면진료… 산업·의료·약사계, 손익따라 복잡해진 셈법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3.02.1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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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협, 비대면 진료 제도화 원칙 합의
산업계 당장은 안도, '재진' 한정은 아쉬움… 약사계 대책 고심 중

빗장 풀리는 비대면진료… 산업·의료·약사계, 손익따라 복잡해진 셈법


최근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원칙에 합의하면서 관련 업계 희비가 엇갈린다. 재진 환자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이 세워지면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고민이 커졌다. 초진 환자를 받지 못해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의원급 위주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한다는 원칙에 병원급 의료기관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대면 진료 이후 약 배송과 관련된 약사계도 약국 환경 변화에 맞춰 대책을 준비해야 할 상황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비대면 진료 원칙을 세우면서 관련 의료계와 산업계가 입장문을 발표하거나 회의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9일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고 △대면 진료 원칙, 비대면 진료는 보조 수단 활용 △재진 환자 중심으로 운영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 등 내용이 담긴 비대면 진료 원칙에 합의했다.



비대면 진료는 도입의 최대 장벽이었던 의료계 반대가 합의로 바뀌면서 제도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으나 감염병 위기 등급이 심각 단계에서 내려오면 종료될 예정이었다.

사업 철수 위기에 놓였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는 당장의 걱정은 내려놓게 됐다. 그러나 '재진 환자 중심'이라는 원칙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한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에서 "현행보다 환자를 제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며 "실제 비대면 진료를 통해 의료 접근성 개선 효과를 경험했던 대다수 국민도 합의 내용에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환자 범위를 재진으로 한정해버리면 기존에 30년간 계속했던 원격 의료 시범 사업과 전혀 다를 바가 없어지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병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이번 정부와 의협 합의는 아쉬운 점이 있다. 비대면 진료를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 위주로 운영한다는 원칙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의협은 의료 전달 체계를 보장하기 위해 의원급 위주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형병원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 지역 사회의 작은 의료기관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대한병원협회(병협)는 앞서 비대면 진료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질환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에 병·의원 구분 없이 의료기관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협 관계자는 "당연히 (비대면 진료) 참여의 입장이긴 하다. '초진은 대면'이라는 원칙이 큰 틀에서는 기본 방향이다"며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간 이견이 약간 있기도 하다. 오는 16일 병협 상임이사회에서 관련 언급이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9일 오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2차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3.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약사계도 비대면 진료 합의에 상황이 곤란하게 됐다. 약사계는 비대면 진료 후 약 처방과 배송 등 관련이 깊지만 정부와 의료계 협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대한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원칙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10일 대한약사회 주요 임원 등이 참여한 비공개회의가 열렸으나 아직 내부적으로 논의를 정리 중인 상황이다.

한 약국 관계자는 "단순히 약 배송을 한다고 해서 비대면 진료에 따른 의약품 전달 시스템이 구축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약사에 의해 약이 전달되도록 규정한 기존 법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의약품 분실에 따른 귀책 사유를 어디다 물을지 등을 논의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게 얘기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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