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지배 구조 개선 Ⅲ : '독립성'은 두 날개로 난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경제부장 2023.02.1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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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회는 독립적으로 구성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하며…"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은 기업 지배구조 논란의 시작과 끝, 문제의 발단이자 해법이다.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겨진다. 소유분산 기업의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 위에 부상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독립성·투명성을 담보할 제도와 절차를 충분히 마련했는데…"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지금 시스템이 과연 그런지, 고칠 게 없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받아친다. "독립적 기구가 실제 작동하고 있나"라고 반문한다.



이렇게 '독립성'을 두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 논쟁을 벌인다. 독립의 본질을 모른 채 말이다.

# 이사회의 독립을 말할 때면 사외이사 요건이 등장한다. 적극적 요건은 특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기준이다. 특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가능하다는 게 소극적 요건이다. 전자가 전문성에 무게를 둔다면 후자는 독립성에 방점을 찍는다.



최대주주의 특수 관계인, 주요주주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속·비속, 해당 회사 임원 경력, 임원의 직계 존속·비속…. 상법과 개별법령(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을 보면 소극적 요건이 적잖게 나열돼 있는데 사실 간단하다.

'관계'가 핵심이다. 친인척 관계가 아니면, 회사와 과거 관계가 없으면 '독립적'이다. 일견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모순적이다. 이후 '행위'는 살펴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독립성 요건을 갖춘 사람은 독립적 판단을 할 것이란 믿음이 강한 것일까. 독립적 판단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어떻게 물을 것일까.


#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인사는 이사회에 들어갈 수 없다. 반면 친인척은 아니지만 경영진과 친한(나중에 친해질 수도 있는) 인물은 독립적 인사다. 이 인사는 이사회에서 비독립적 행위를 할 수 있다. 그 행위에 대한 책임도 묻지 못한다.

'독립적으로 운영하라'는 정부의 외침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반발은 이렇게 되풀이된다.

문제는 '기준의 부재'다. 이사의 의무가 명확치 않다는 의미다. 이사의 의무는 2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선관의무(a duty of care)다. 쉬운 말로 '최선을 다할 의무'다. 의사 결정을 할 때면 최선의 정보를 갖고 해야 한다. 게으르면 안 된다. 이사회에서 내용도 모른 채 찬반을 표하면 선관 의무 위반이다.

또하나는 충성·충실 의무(a duty of loyalty)다. 배신하지 않을 의무, 이해충돌 회피 의무다. 충성 대상이 회사인만큼 사익을 추구하면 법 위반이 된다. 이 충성 의무를 위반하는 게 바로 독립성 결여다.

# 영미법에는 회사의 이익과 이사의 개인적 이익이 충돌할 때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충성 의무'가 존재한다.

우리 법에도 문구는 존재한다. 상법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 의무' 문구가 도입돼 있지만 해석이 불분명하다. 그저 선언적 규정으로만 받아들인다.

우리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이사의 2가지 의무중 '선관의무'만 의미할 뿐 충성의무(duty of loyalty)는 아니라는게 지배적 해석이다
두 날개 중 날개 하나가 없는 게 현재 법이다.

일부에선 '회사를 위하여' 대신 '회사와 주주를 위하여'라며 충실 대상을 '주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소액주주 보호 차원이란다. 하지만 '충실·충성' 의무의 본질을 놓친 주장이다.

독립성은 오직 회사 가치만을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대주주도, 소액주주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소액주주를 대변하더라도 회사 이익에 반하면 그 자체로 독립성 결여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등 뻔한 답안지는 그만 쓰자. 이사회의 독립성은 운용의 묘, 마음가짐의 변화 등이 아니라 책임 기준의 법제화에서 출발한다. 독립성이 떨어지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하니까. 결국 '독립성'은 두 날개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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