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사진=한국조세재정연구원
문제는 속도다. 빠르게 증가하는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적정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그에 따른 재정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확대 및 세입기반 약화,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국제무역 환경 등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따라서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자칫 방만한 재정관리를 부를 수 있는 정치적 압력을 일정하게 제한하고, 재정정책 당국의 재량적 재정운용에 제약을 두는 구체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재정준칙(fiscal rules)이 필요한 이유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105개국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한국, 튀르키예만 재정준칙 도입 경험이 없어 사실상 우리나라가 가장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2022년 연내에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해를 넘긴 현 시점에서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니,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필수적인 정책과제다. 미래를 준비하는 각고의 노력이다. 재정준칙은 재정총량을 통제·관리하는 수치화된 재정목표를 강제함으로써 자의적인 정치적 압력이 재정관리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하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재정기반을 다지는 데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재정준칙이 조속히 도입되기를 희망한다. 탄탄한 국가재정의 기반 위에서만이 튼튼한 미래 한국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