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비둘기로 변했다는 4가지 신호…금리 인하 여지도 남겼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3.02.0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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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제롬 파월 연준 의장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은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증시는 기술주 위주로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서 비둘기파적인 변화 조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FOMC 성명서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표면적으로 크게 바뀐 것은 없었다.



FOMC 성명서에는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스탠스를 획득하려면 목표 금리 범위의 지속적인 인상이 적절할 것"이라는 문구가 그대로 유지됐다.

긴축 사이클이 곧 끝날 것이라는 의미를 전혀 내포하지 않은 "지속적인 인상"이라는 표현 때문에 성명서가 공개된 후 미국 증시는 낙폭을 키우기도 했다.



파월 총재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매우 가열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적절하게 제약적이라고 생각하는 수준까지 두어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날 FOMC 결정으로 금리는 4.5~4.75%가 됐다. 지난해 말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올해 최고 금리 전망치 5~5.25%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파월 의장의 이 발언은 결국 기존 입장대로 금리를 5% 위로 올리겠다는 뜻이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선언하거나 승리를 이미 쟁취했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인플레이션을 끌어 내리기 위해 금리를 너무 많이 올리는 것보다 너무 조금 올리는 것이 훨씬 더 리스크가 크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번 FOMC 성명서와 파월 의장의 발언은 4가지 측면에서 완화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상승세로 돌아섰다.

완화 신호① 인플레 하락 인정
첫째, FOMC 성명서에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다"는 문장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은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12월 FOMC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은 팬데믹과 관련된 수급 불균형과 높아진 식품 및 에너지 가격, 전반적인 물가 압력을 반영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표현된 부분이 바뀐 것이다.

완화 신호② 디스인플레이션 선언
둘째,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한 것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률의 둔화를 의미한다.

그는 "우리는 이제 내 생각에는 처음으로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를 제품 가격에서 볼 수 있고 실제로 지금까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처럼 "우리가 임무를 완수한 것은 아니다"라며 "승리를 선언해 이 게임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생각한다는 시그널을 주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화 신호③ 금리 인하 가능성 인정
셋째, 시장을 가장 흥분시켰던 부분으로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그는 "금리를 너무 적게 올려 6개월이나 12개월 뒤에 우리가 사실상 임무를 거의 다했지만 완수하지는 못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가 금리를 너무 올렸다고 판단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증시는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면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또 금리를 5% 미만에서 유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확실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파월 의장은 "기본적으로 경제가 올해 미미하긴 해도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우리의 전망을 고려할 때, 이 전망이 실현된다면 올해 안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완화 신호④ 증시 랠리 수용
넷째, 파월 의장이 금융시장 여건이 완화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너그럽게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그간 금융시장의 랠리를 경계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면 금리 인상을 통해 돈줄을 조이려는 연준의 정책 목표 달성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인사들은 "통화정책은 핵심적으로 금융 여건을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금용 여건의 부적절한 완화, 특히 대중의 오해에 의해 유발되는 금융 여건의 완화는 물가 안정을 회복하려는 FOMC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마디로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증시가 상승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의미였다.

파월, 비둘기로 변했다는 4가지 신호…금리 인하 여지도 남겼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예상보다 더 빨리 하락해 연준이 금리 조정을 중단하기 전에 한 번 이상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채권시장에 반영된데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금융시장의 랠리와 관련해 연준의 초점은 "단기적인 움직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시 한 번 "인플레이션이 훨씬 빨리 하락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면 이는 당연히 우리의 정책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밝혀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에 따라 금리 인하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알리안츠 투자관리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찰리 리플리는 CNBC에 이날 FOMC 성명서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종합하면 "약간 비둘기파적으로 기울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줄였다는 것 자체가 의도했던 긴축의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는 확신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JP모간 자산관리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밥 미셸은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연준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에 다가가고 있다"며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모든 것을 털어놓았고 이 때문에 증시가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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