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 배당액 결정, 後 배당 주주확정'... 깜깜이 배당 제도 바뀐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3.01.3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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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금융위원회/사진제공=금융위원회


앞으로 배당금액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이 상법 유권해석,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배당 절차를 바꿀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31일 법무부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해외투자자 '깜깜이 투자' 제도 개선 요구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은 연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확정하고 그 다음해 봄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한다.

그 결과 투자자는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투자하고 몇 달 뒤 이뤄지는 배당 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배당주 펀드 매니저 등 해외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한국 배당주 투자를 '깜깜이 투자'라고 평가 절하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주요 선진국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미국·프랑스 등은 배당액 확정 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한다. 영국은 배당액 확정 전 배당예상액을 공시하게 돼 있다.

이에 금융위, 법무부 등은 배당금액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배당액 확정 이후 배당기준일 정한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사진제공=금융위원회
당국은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를 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을 받을 투자자를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분리하기로 했다.

주주총회일 이후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게 상법 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안내할 예정이다. 상법 조문상으로도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은 구분돼 있으며 해당 영업연도의 배당을 결산기 말일 주주에게 해야 한다는 실정법상 근거도 없다.

또 분기배당 절차를 선 배당액확정, 후 배당기준일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3·6·9월 말일 주주를 배당받는 주주로 정한 내용을 삭제해, 배당을 결정하는 이사회 결의일 이후 배당기준일을 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단 이사회 배당결의 이후를 배당기준일로 정할 경우 배당금지급 준비 기간이 부족할 수 있다. 이에 지급기간은 20일에서 30일로 연장한다.

배당절차 개선 여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
당국은 기업이 배당절차 개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2월 중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상장사 표준정관 개정안을 마련해 안내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배당절차 개선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자산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매년 5월30일까지 기업지배구조 관련 사항을 공시하는 보고서다.

당국은 지배구조 핵심지표에 '배당절차 개선여부'를 신설해 개선여부가 0 또는 X로 공시되게 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배당정책과 결정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내년 1월까지 회사별 배당기준일 통합 안내 페이지도 마련할 계획이다.

올 주주총회서 정관 개정하면 내년부터 바뀐 절차 적용 가능
기업들이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개정해 배당기준일을 변경하면 이르면 내년부터(2023년 결산배당) 개선된 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상법 유권해석은 즉시 배포되며 분기 배당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올 2분기 중 발의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배당투자 활성화가 기업의 배당 확대로 이어져 다시 배당수익을 목적으로 한 장기투자가 확대되는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의 실제 배당결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주식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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