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이해진 네이버 GIO과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창업자)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소관 감사대상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2.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와 정치권, 시민단체가 경쟁하듯 규제방안을 내놓으면서 국회에 계류된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만 12건에 달한다. 법안에는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알고리즘 자료 제출부터 PB(자체브랜드) 판매 금지까지 사업 자율성을 해치는 과잉 탁상규제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플랫폼의 M&A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주식처분, 영업양도 등 구조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플랫폼의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선 플랫폼 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가뜩이나 협소한 국내 M&A 시장까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높아진 심사 잣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되면 M&A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공정위는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의 M&A 심사 때도 1년을 끌었다. 그렇게 나온 결정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국내 스타트업 M&A 시장에서 플랫폼의 위상은 상당하다.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재벌규제(대기업진단 지정제도)로 스타트업 M&A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대형 플랫폼들이 '큰손' 역할을 해왔다. 처음부터 네이버, 카카오에 매각을 꿈꾸며 스타트업을 세운 창업가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치권과 공정위는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M&A가 규제대상이라고 하지만 융복합 신산업은 잣대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성장단계인 융복합 신산업은 현재의 시장 지배력(점유율)이 큰 의미가 없는 데다 전통산업처럼 시장을 획정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전통산업의 잣대로 재단할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처럼 산업발전을 옥죄고 소비자 불편만 키우는 갈라파고스식 규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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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과 이종융합이 국가와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현실과도 동떨어진다.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산업·업종간 경계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글로벌 플랫폼들은 M&A를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여념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1년 한 해에만 56건의 M&A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만 무려 257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아마존과 알파벳도 각각 29건(157억달러) 22건(220억달러)의 M&A를 했다.
글로벌 플랫폼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M&A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에만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면 결과는 뻔하다.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지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AI(인공지능), 빅테이터 등 기술혁신도 퇴보할 것이다. 소비자 후생도 마찬가지다. 국민정서법에 편승해 특정 플랫폼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