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 마틴 반 덴 브링크 CTO 등과 함께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2022.6.15/뉴스1
"인위적 감산 없다" 다가올 호황기 지배력 확대 전략반도체 산업의 경우 보통 '반도체 수요 감소→재고 증가→제조사들의 공급량 증가 속도 조절' 등으로 이어지는 업황 사이클(cycle)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제조사들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빗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를 낮추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다.
이는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벌어졌던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당시 삼성전자는 가격안정을 위한 감산을 하지 않는 대신 가격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골든 프라이스' 전략을 구사해 버텨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2017년 이후 반도체 초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사상 최대실적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상황은 유사하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부동의 1위 삼성전자가 인위적 감산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선제적으로 감산에 나선 경쟁사들이 기대했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반등이 일어나지 않았다.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가격은 2021년 3월 5.3달러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해 최근에는 2.2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감산 언급할까'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 주목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나아가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전분기보다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2달러 이하로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낸드플래시의 1분기 가격도 10∼15% 더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경쟁사들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7년 만에 지난해로 전환했고,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에선 이달 3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삼성전자의 감산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는 감산에 대해 부정적이다.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감산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인위적 감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요 변화에 따른 생산라인의 탄력적 운영 정도의 언급만으로도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생산라인 일부를 전환만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감산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