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두려운 그들…갈등없이 대화하는 4가지 방법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1.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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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천주교용인공원묘원에서 까치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1.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용인=뉴스1) 김영운 기자 =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천주교용인공원묘원에서 까치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1.2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옥 같은 명절" "얄미운 시누이" "'시'자도 꺼내기 싫게 하는 시어머니"

명절만 되면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恨) 서린 하소연들이다. 3년 만에 맞이하는 '대면' 설 명절을 앞두고 설렘보다 두려움이 가득하다면 명절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과거의 명절 때 힘들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잠재했다가 명절이 다가오면 힘든 기억이 재현되면서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반응이다. 주목할 건 정신뿐 아니라 신체로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건석 교수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일부러 명절이 지나고 퇴원하려는 환자, 명절 전 신체적 증상이 악화해 입원하는 환자 모두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절증후군은 우울·불안·초조·불면·무기력·분노 같은 정신 증상뿐 아니라 어지럼증, 두통, 소화불량, 복통, 심장 두근거림, 피로감 등 신체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명절에 심정지가 발생할 확률이 평일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심장내과 연구팀이 2012~2016년 전국 응급실을 찾은 '병원 밖 심정지' 환자(사고·자살 제외) 9만5066명을 분석했더니 설·추석 연휴에 하루 평균 60.2명이 심정지로 쓰러졌는데, 이는 평일(51.2명), 주말(53.3명), 공휴일(52.1명)보다 많았다.

이건석 교수는 "우리 고유의 명절이 '즐거운 명절'이 아니라 생각만 해도 '괴로운 명절'로 변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명절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다. 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 간의 건강한 대화'라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이는 명절, 평화를 안겨주는 '까치'를 집안에 들이는 대화법은 없을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도움말로, 갈등 없이 건강하게 대화하는 4가지 방법을 찾아본다.



1 나를 주어로 말하기
불편한 감정을 표현할 때 '나'를 주어로 하면 많은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일명 '아이 메시지(I message)' 방식이다.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선미 교수는 "이 대화법은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아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 수 있는 좋은 화법"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너는 왜 그렇게 삐딱하게 반응하니?" "당신 누나는 왜 그래?"처럼 상대방을 주어로 하면 상대방에겐 공격적으로 들릴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엔 왠지 내가 아까 말했을 때 네가 날 보지 않고 핸드폰만 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어"라든지 "내 생각인데, 당신 누나 아까 몸이 안 좋다고 누워있었는데 나도 오래 요리하느라 손목이 아주 아팠고 어머니도 허리 안 좋으신데 음식 하시느라 내가 마음이 아팠거든. 형님이 꼭 그렇게 누워계셨어야 했을까 싶어"라는 식으로 바꾸면 훨씬 부드러워지고 덜 공격적으로 될 수 있다. 실천하기 어렵다면 불편한 말을 꺼낼 때 "내 생각인데"로 시작해보자.

2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하기
불만 섞인 말을 상대방이 먼저 꺼낼 때, 상대방이 '아이 메시지'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내가 아이 메시지를 사용한다 해도 듣다가 감정 조절이 힘들어 맞받아칠 수 있다. 이를 막고 갈등을 피하려면 대화할 때 상대방이 화가 난 감정 상태를 먼저 헤아려보자. 예컨대 내가 "과일 좀 깎아줘"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화를 냈다면 "당신도 힘들었을 텐데 과일 깎아달라고 해서 화났겠구나. 미안해. 내가 형님들이랑 이야기하는 데 집중하느라 그런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라는 식으로 대화 초기부터 상대방의 감정을 수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의 화를 누그러뜨리면서 나의 해명까지 곁들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3 사생활 캐묻지 않기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질문은 피한다. 결혼·취업·임신 전인 가족이 있는 경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거나 직설적인 답변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직업·소득·소비 수준, 아이 성적 등을 비교·자랑하거나 손아랫사람에게 내려다보듯 쳐다보거나 손가락으로 지적하는 행동도 마찬가지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는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간에 예의를 지키고, 취업·결혼·출산 같은 서로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주제는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전체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오락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다 같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공유할 수 있는 유쾌한 화제를 준비했다가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때 꺼내 보자.


4 칭찬하기
칭찬의 말 한마디는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상대방의 피로감도 줄인다. 서로를 격려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으면 엔도르핀 같은 호르몬이 분비돼 피로감을 덜 느낄 수 있다. 칭찬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점은 2010년 캘거리 마운트 로얄 대학의 심리학과 부교수인 나오미 그랜트 박사의 연구에서도 입증됐다. 그랜트 박사는 연구 참가자들에게 '인상 형성' 연구에 참여해달라고 초대했다. 참가자로 가장한 배우가 참가자에게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들의 옷을 칭찬했다. 그리고서 이 배우는 참가자와 칭찬 섞인 대화를 이어가다가 "자신이 현재 대학 진로에 대한 설문지를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며 "혹시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칭찬받은 참가자의 79%가 '도움을 주겠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많은 사람이 칭찬을 거래의 일부로 간주했다"고 분석했다. 선행은 선행으로 갚아야 한다는 일종의 상호주의가 작동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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