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택배노조는 다시금 파업을 시사했다. 지난 5일에는 CJ대한통운이 일방적인 이윤추구를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택배 물량이 몰려, 사측에 가장 큰 타격이 갈 수있는 설 대목을 앞두고 다시금 파업을 언급한 셈이다.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파업에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대체배송 인력을 투입하며 파업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이 최근 원청인 CJ대한통운이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대체근로가 "쟁의행의를 무력화"한다고 언급하면서다.
실제로 한국의 노동 현황은 글로벌 기준과도 많이 다르다.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사업장 점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벌하지만 국내에서는 그 반대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노조가 파업하면 사실상 그 요구를 수용하거나, 막대한 손실을 파업 기간동안 매년 감내해야 한다.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아 손실을 막을 방법이 없으며, 불법 쟁위행위에도 '노사관계'라는 관행 하에 정부도 손을 놓았었다. 그동안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시도가 수차례 있었지만 노동계의 강경 대응에 무위로 돌아갔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원들이 10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있다. 2022.2.10/뉴스1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은 4년마다 협상에 나서는데, 비교적 강성 노조를 지녔음에도 지난 20여년 동안 2개년만 노사분규가 발생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사실 매년 협상한다고 노동자 입장에서도 좋은 것은 아니"라며 "경기가 나쁠 때 하면 임금이 깎일 수밖에 없기에 4년 협상시 4~5년간 안정적으로 수입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명절처럼 찾아오는 파업으로 기업 피해는 눈덩이다. 매년 발생하는 노사분규로 발생한 피해를 근로일수로 측정한 '근로손실일수'는 75만4500일에 달한다. 임금근로자 1000명 당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39.2일로 영국(18.5일), 미국(8일), 독일(4.5일), 일본(0.2일)에 비해 현저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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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택배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3% 감소한 416억원을 기록했다. 물동량도 전년 보다 1000만 박스(4.7%) 줄었다.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우리나라 택배 물동량이 사실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역신장했지만 CJ대한통운은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며 "노조 파업과 쿠팡의 물류 내재화로 인해 CJ대한통운이 점유율을 뺏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제한을 추진 중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대 개혁 이행 로드맵을 발표하며 "우리 노동법 체계는 과거 70년대, 60년대 공장 시대의 법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지금 우리가 디지털 혁명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밟아가고 있는데 이러한 기반 수요에 맞게끔 노동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는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현행법 규정은 노조의 권한 보호에 지나치게 치중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관행적 파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대립적 노사관계를 조장하고, 기업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며 "산업현장에 만연한 과격한 투쟁 중심의 노조활동과 힘의 논리에 집착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생산적 노사관계로의 발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