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매매,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세를 나타낸 가운데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스1
고덕동, 잠실 등 임대료 하향 갱신 계약 속출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전용 84㎡(7층)는 보증금 7억원에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2년 전 보증금 9억5000만원을 낸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해 재계약한 매물이다.
인근 '고덕아이파크' 전용 145㎡(14층) 세입자는 지난해 11월 말 보증금 5억8000만원, 월세 13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2년 갱신했다. 직전 계약과 보증금은 동일하나 200만원이었던 월세를 70만원 낮췄다.
갱신권을 가격 인하로 활용한 사례는 아파트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늘어나고 있다는 게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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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노후화된 단지는 임대료 인하 폭이 더 크다. 준공 15년 차를 맞은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14층)는 올해 1월 6일 전세 보증금 9억원 갱신 계약이 등록됐다. 집주인이 2년 전 보증금 12억200만원을 낸 세입자에게 3억2000만원을 반환하고 연장 계약에 합의한 것. 인근 대단지인 리센츠와 트리지움도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춘 갱신 계약이 다수 등록됐다.
집주인 '리스크' 줄이고, 세입자 '이사비' 아껴갱신권이 가격 인하 협상 카드가 된 이유는 사용 후 세입자에게 보증금 반환 권한이 생겨서다. 갱신권 사용 이후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3개월 전에 퇴거를 통보하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세입자가 통상 2년으로 설정된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고 중도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차법에 규정된 '묵시적 계약 갱신'과 같은 효과다. 지금 같은 시장 분위기에선 집주인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다.
다만 세입자도 같은 동네에서 굳이 이사할 이유가 없고 중개수수료, 이사비 등 비용 부담이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 연장을 원하는 임대인과 갱신 계약을 진행하며 가격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전셋값이 2년 전에 비해 많이 떨어져 여러 채를 갭투자한 경우 만기가 된 세입자 보증금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2년 재계약을 해도 중도에 보증금 상환을 요구하면 반환해야 하므로 갭투자자는 최근 매매가격 하락보다 세입자가 어떤 대응을 할지, 전셋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지 불안감이 클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2020년 8월부터 시행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의 부작용을 고려한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2년으로 4년 뒤에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게 하는 제도는 폐지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임차인 주거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고등학교 학제를 고려한 기본 계약기간 3년으로 설정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보유세 감면 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