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MZ세대? 40대랑 취향 달라"…디자인부터 확 바꾸는 가전업계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3.01.1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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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20대 후반인 저와, 30대 후반인 회사 상사가 같은 취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자취 생활을 시작한 직장인 윤모씨(28)는 자신이 원하는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여러 매장에서 발품을 팔았다. 가전 업체가 추천하는 'MZ 가전'의 제품군이나 디자인, 색상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가게를 뒤지며 원하는 제품을 골랐다. 윤씨는 "가전은 사용 기간이 길고 인테리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개성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20대와 40대가 원하는 제품이 어떻게 같을 수 있나"라고 말했다.

가전업계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를 겨냥한 마케팅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MZ세대'(20~40대) 마케팅이 지나치게 폭이 넓고 소비 특성이 다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구매력이 늘고 있는 20대~30대 초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마케팅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디자인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조직 개편도 잇따른다.



LG전자는 젠지세대(Z세대)와 소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심는 데에 가장 적극적이다. 조주완 사장이 직접 Z세대 대학생으로 구성된 '디자인크루'와 소통하며 LG전자의 핵심가치 전달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게이밍 모니터나 스타일러, 슈케어 등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제품을 선보일 때에도 LG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에 중점을 둬 젊은층의 선호도가 높다.

성수동·경동시장 등 젠지세대가 '핫플'로 꼽는 장소 공략에도 앞장서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성수동에서 방탈출 카페 시즌1·2를 운영한 데에 이어 자사 전신인 '금성사'에서 영감을 받은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를 경동시장 내부에 운영 중이다. LG 가전과 씽큐앱, 폐가전 재활용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금성전파사 관계자는 "젊은 고객들이 하루 수백명도 넘게 매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개성을 뽐낼 수 있는 디자인이 담긴 제품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노태문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사장)이 세트(완성품) 부문 디자인을 담당하는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하면서 디자인센터가 '사장급'으로 격상된 영향을 받았다. Z세대가 선호하는 '잔망루피' '메이플스토리' 캐릭터가 담긴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제트 봇 AI'를 출시하고, 뉴트로에 부합하는 '자개' 디자인이 담긴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선보였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상생에도 힘을 싣고 있다. 폐막을 하루 앞둔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는 탄소 배출 저감과 친환경이 새 화두로 떠오르면서 해양 폐기물 플라스틱을 활용한 소재로 TV 리모컨 부품을 만들거나(삼성전자), 스티로폼 재활용 공정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포장재(LG전자)가 공개됐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금성전파사'의 굿즈 판매 수익금 전액을 지역상생기금으로 조성한다.

업계는 기존 매체를 활용한 마케팅보다 SNS·커뮤니티 입소문을 통한 쌍방향 마케팅에 익숙한 '젠지세대' 마케팅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리서치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M세대와 Z세대가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MZ 마케팅'으로 뭉뚱그리는 것보다 Z세대를 겨냥해 세분화한 '맞춤형 마케팅'이 기존 마케팅보다 효과적인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품질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제품의 '폼팩터'(실제 사양)보다는 디자인·환경 등 Z세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20~40대를 포괄하는 기존 'MZ 마케팅'이 지나치게 범위가 넓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마케팅을 세분화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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