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교수
국민들은 아마도 공직자의 무능이야말로 탄핵의 분명한 사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군가가 되고자 하는 욕망만 앞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공직을 맡은 사람의 경우 그 무능함으로 인해 끼치는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능은 탄핵의 조건으로 어디에도 명기돼 있지 않다. 예컨대 우리나라 헌법은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만 규정했고 미국 헌법은 '반역죄, 뇌물죄, 또는 그 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로 탄핵사유를 명시했다.
즉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특정정당 지지를 호소한 것이 선거법 9조의 선거중립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그 정도가 탄핵에 이르지는 않는다고 본 것이다. 당시 헌재의 결정은 2가지 중요한 쟁점을 정리했다. 첫째, 대통령이 공무원으로서 선거중립의무를 갖는다는 점이다. 둘째, 법률위배가 있다고 해도 모든 법 위반이 탄핵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고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대통령을 탄핵해 헌법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필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2가지 사안은 첫째, 헌재가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에 진정성이 부족했고 국민에게 약속한 검찰과 특검 조사에 응하지 않는 등 헌법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본 점이다. 둘째,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이 보충의견에서 국가공무원법 56조의 성실의무와 헌법 69조 대통령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를 들어 성실의무는 탄핵심판의 판단대상이 되지만 그 위반이 중대하지 않았다고 한 점이다.
그러니까 이미 2004년 헌재 결정에서 대통령을 공무원으로 간주했고 국가공무원법이 정한 바에 따라 성실의무를 위반한 일반 공무원이 다수 파면당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성실의무를 적용해 그 위반의 내용을 따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정성스럽고 참되다는 성실의 정의에 따르자면 직무와 관련한 자신의 무능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거나 무능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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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재는 2004년 수도이전 위헌결정에서 관습헌법이라는 신박한 논리를 개발했고 2004년 대통령의 공무원자격과 법 위반의 중대성 요건, 2017년 헌법수호 의지의 진정성이라는 정성적 평가기준을 제시하며 진화했다. 따라서 우리 헌법 65조 1항이 규정한 탄핵 대상에 해당하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 공무원들은 무능이 탄핵사유가 아니라고 너무 방심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