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전성 우려? 구축 효과?…'한전법' 부결 두고 채권시장 '부글부글'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2.12.0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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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전력(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올리는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전망이 주가 상승 재료가 됐지만 채권 시장에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단기적으로는 초우량채 발행을 줄여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막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AAA급 공기업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부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한전법 개정안이 재석의원 203명 중 찬성 89명, 반대 61명, 기권 53명으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기권 혹은 반대 표결했다.

한전법 개정안은 채권 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비해 전기 요금 상승폭이 낮아 한전은 자금 부족분의 대부분을 한전채 발행을 통해 충당해 왔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가 30조원 이상일 것으로 전망한다.



채권 발행 한도를 올리는 개정안이 부결되자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한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전기 요금 인상 외 해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9일 한국전력 (21,600원 ▲450 +2.13%)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50원(8.53%) 오른 2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반면 채권 시장의 시각은 엇갈린다. 당장 한전의 자금조달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심리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전채 같은 초우량 채권 발행이 늘어나 쏠림 현상(구축 효과)이 발생하는 부담을 막을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윤원태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한전은 올해 월평균 2조4000억원 수준의 한전채를 발행했는데 12월부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도입돼 한전채 발행 부담은 완화됐으나 매월 1조원 이상의 전력거래대금 지급을 위한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게다가 2023년 한전채 만기도래는 월평균 4900억원으로 6~7월에는 1조원 수준으로 만기가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전법상 정부는 한전채 상환을 보증할 수 있는 만큼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한전채 수급이 개선되는 시점에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전남서울본부 회의실에서 '한전법 개정안 부결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산업통상자원부 제공)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전남서울본부 회의실에서 '한전법 개정안 부결관련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스1(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반대로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 효과가 나고 있는 채권 시장에서 한전채 같은 초우량채의 발행 한도를 늘리면 우량 등급물의 구축효과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는 자금시장 경색 이슈가 불거지자 지난 10월 말 한국전력을 포함한 공공기관들의 회사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법 통과 시 개선으로 방향을 튼 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채권 시장이나 정부 입장에서 자금을 투입해 겨우 진정시켰는데 다시 한전채 발행이 커지면 구축 효과로 인한 발행 부담으로 다시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명실 연구원도 "한전법 부결이 당장의 공급 부담을 막는 효과는 있지만 한전채 발행 확대가 계속 없다면 내년도에 AAA급의 전반적인 펀더멘털에 대한 의심이 퍼질 수 있는 등 두 방향 다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결국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본다. 한전채 발행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만큼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경영 정상화로 적자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의 채권 담당 임원은 "정치인들이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이 부담을 떠안고 결국 한전채 발행을 통해 임시 방편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며 "이는 채권 시장에 구축 효과를 발생시키고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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