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은 연구진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6일 과학계에 따르면 폴란드 국가원자력연구센터(NCNR)는 최근 원자력연과 자국 연구로 마리아(MARIA)에 들어갈 '핵연료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은 2024년 자체 개발한 핵연료 시범집합체를 폴란드에 공급해 성능을 실증하기로 했다. 원자력연은 폴란드에 시범집합체를 공급하면서 소액이지만 기술료도 받는다.
정용진 원자력연 연구로핵연료부장은 "현재로선 폴란드 연구로에 핵연료 시범집합체를 공급하고 실증하는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핵연료 실증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2026년 300억원 규모 핵연료 입찰에서 수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폴란드는 연간 50~60억원 규모 핵연료를 사용하고, 5년마다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한 번 계약하면 지속 수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제작한 고밀도 저농축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 /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연은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U3Si2)를 통해 판형 핵연료를 제조한다. 우라늄실리사이드를 2000℃ 초고온에 녹인 뒤 고속 회전하는 원판 위에 분사해 분말을 대량 생산하는데 현재 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미국 뿐이다.
특히 원자력연은 경쟁국 대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벨기에는 원자력연에 '핵연료 성능검증 공동연구'를 요청했다. 원자력연은 이를 계기로 벨기에 연구로 'BR2'에서 판형 핵연료 1단계 성능을 검증했다. 그 과정에서 극한 조건에서도 방사능 누출이 없는 안전성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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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계에선 핵연료 시범집합체의 성능을 검증한다는 건 수출 전 '최종 관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무 협약이 입찰 계약을 따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폴란드가 사실상 한국에만 독점적으로 기술 실증을 요청해 계약에 유리하다는 것. 원자력 기술 실증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번 협약은 폴란드가 원자력 기술은 '한국에 믿고 맡기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대형 상용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는 이처럼 1자 모양의 연료봉 안에 들어간다. 길이 4m 연료봉(왼쪽)에는 핵연료가 356~387개가 들어간다. 이런 연료봉을 묶은 집합체(오른쪽)에선 1억 6000만kWh 전력량이 나온다. 4인 가구 기준으로 5만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다./ 사진=한전원자력연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