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롤스로이스 아태 총괄 "한국에서 급성장한 이유요? K-컬처죠"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2.11.29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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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팬텀 시리즈 II'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롤스로이스.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팬텀 시리즈 II'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롤스로이스.


"아니요. 이제는 '대표님' 차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팬텀 시리즈 II' 공개 행사 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한 니케인 총괄은 '대표님'만은 한국어로 뚜렷하게 말했다.

롤스로이스 플래그십 럭셔리 모델인 팬텀은 최저가가 7억1200만원이다. 비스포크로 다양한 옵션을 붙이면 10억은 훌쩍 넘긴다. 차량만 집 한 채에 준하는 가격인데 차량 우산도 120만원인 초고가 럭셔리 모델이다. 국내에서는 '회장님차'라는 별명이 붙었고, 실제로 대기업 수장들이 애용하는 차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팬텀은 더 이상 회장님만 모는 차량이 아니다. 니케인 총괄은 "과거 팬텀은 50~60대 성공한 기업가·오너들이 운전기사를 뒀던 전형적인 쇼퍼차"라며 "최근 직접 운전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종류의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년 전만 하더라도 팬텀의 고객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10년간 조금씩 줄어들면서 이제는 42~44세다. 롤스로이스가 내년에 출시할 예정인 전기차 스펙터는 선주문의 50%가 기존 고객이 아니다. 니케인 총괄은 "20~30대 고객도 있다"며 "신흥 부가 새롭게 태어났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출신의 니케인 총괄은 BMW 지역 현장 매니저를 비롯해 MINI 지역 마케팅 매니저, MINI 일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및 제품 관리 총괄직 등을 역임하다가 지난해 9월 롤스로이스 아태지역 총괄을 맡게 됐다. 15년간 BMW 그룹 아시아에서 근무한 아태지역 전문가다. 이날 팬텀 시리즈 II 소개를 위해 한국을 첫 공식 방문했다.

그가 보는 아태지역은 최근 2~3년간 빠르게 변화했다. 비스포크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한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고객들이 찾는다. 니케인 총괄은 "롤스로이스만 아니라 다른 럭셔리 브랜드도 비스포크가 빠르게 성장 중"이라며 "아시아 고객들이 비스포크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가방·시계 등을 사도 개성이 좀 더 드러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태 지역을 떠받치는 시장으로, 최근 일본보다 가파른 성장을 보인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1.6% 성장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고, 올해도 호조다. 내년에는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니케인 총괄은 한국을 "롤스로이스의 미래 발전에 중요한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토스텐 뮐러-오트보스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이에 내년에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팬텀 시리즈 II'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롤스로이스.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팬텀 시리즈 II' 공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롤스로이스.
니케인 총괄은 최근 롤스로이스의 한국 내 고성장의 비결에 대한 예시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언급하며) 롤스로이스 본부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raised the attention)"고 말했다.

K드라마·K팝으로 대표되는 'K-컬처'가 전 세계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에 가지는 관심이 늘어났고, 이는 롤스로이스를 포함한 브랜드들이 한국에 투자를 확대하는 기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니케인 총괄은 "한국은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쪽에서 강력한 소프트파워를 갖췄다"며 "전 세계에서 한국 드라마·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했고, 음악·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커지면서 글로벌 (롤스로이스) 본부에서도 한국 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도 한국에 투자하고, 자체 부티크도 많이 늘어나는 등 한국 시장의 부를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고객들에 대해서는 "브랜드·제품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면 결정을 아주 빠르게 한다"며 "기존의 신념이나 믿음을 깨고 롤스로이스에 대한 인식도 바꾸시는 것을 보면 매우 기쁘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한 아태지역 내 고객층이 빠르게 바뀌는 사이 롤스로이스도 변화를 겪었다. 롤스로이스 아태 지부가 설립된 이래 기존 총괄은 각각 캐나다, 영국 국적의 남성이었다. 세 번째 사령탑에 오른 니케인 총괄은 롤스로이스 최초의 여성 임원이자, 아시아인 임원이다.

니케인 총괄은 "자동차 업계가 워낙 남성들이 많아 여성으로서 조금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좀 더 나의 한계를 밀어붙여야 하는 상황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여성이기 이전에 첫 아시아인(임원)이라는 것을 더 강조하고 싶다"며 "아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라 아시아를 잘 알고 있고 열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자동차업계 (직원들은) 공장에 가거나 차를 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브랜드가 좋은 차를 만든다"며 "중요한 것은 브랜드 관리로, 롤스로이스는 자동차가 아닌 럭셔리 비즈니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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