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가운데 차이잉원 총통이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뉴스1
27일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전날 지방선거 패배 확인 후 연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선거 결과와 대만 국민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즉시 당 주석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통직은 유지한다.
외신은 차이 총통과 민진당이 지방선거의 의미를 확대 해석하며 중국 위협론을 강조한 것이 참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차이 총통이 중국 위협론에 집중하는 사이 국민당은 타이중의 대기오염, 타이베이 기술허브 난강 지역의 교통 체증, 코로나19 백신 구매 전략 등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대만 국민당의 장완안이 26일 지지자들과 함께 타이베이 시장 당선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이미 연임에 성공한 차이 총통은 '총통 3연임 금지법'으로 차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그는 차기 총통 선거 때까지 민진당 주석 자리를 유지하며 총통 후보를 낙점하겠다는 구상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그의 계획은 무산됐고, 차기 총통 후보를 둘러싼 민진당 내 경쟁 구도가 복잡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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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민당은 2014년 이후 8년 만에 수도 타이베이 시장 자리를 탈환해 2024년 차기 총통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대만 초대 총통이었던 장제스의 증손자인 국민당의 장완안(43)은 이번 선거 승리로 타이베이 최연소 시장으로 등극하며 차기 대선 출마의 발판을 마련했다.
외신은 2024년 대만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만큼 중국과 대만, 미국과의 관계 변화 여부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민진당 집권 이후 중국은 대만에 대한 외교 및 군사적 압력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를 미국과 중국도 주목할 것"이라며 국민당이 민진당보다 양안 관계에 더욱 유화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국민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전쟁 위험을 없애기 위해선 중국과의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여당에 비해 친중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당 강령으로 '대만 독립 반대'를 제정하고,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 확장을 통한 무역 및 투자 완화 등을 추진했다.
글로벌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제시가 드란 양안 관계 전문가는 "중국은 대만 선거 결과에 안심할 것"이라며 "국민당은 경제적 인센티브의 형태로 중국에 호의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의 대만판공실은 26일 성명에서 "이번 선거 결과로 대만의 주류 여론이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중국은 대만 국민과 계속 협력해 양안의 평화로운 관계를 증진하고, 대만 독립과 외세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