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美 금리 전망→커진 침체 위협→울고 싶은 투자자[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11.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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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높아진 美 금리 전망→커진 침체 위협→울고 싶은 투자자[오미주]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의 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은 3가지 측면에서 증시에 암운을 드리웠다.

첫째는 정책 전환은 생각지도 말라는 것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 여름 랠리 때 연준이 내년 6월쯤에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이른바 '페드 피봇'(Fed Pivot)을 기대했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쳤으니 연준(Fed)이 1년 내에 긴축 정책에서 전환(pivot)할 것이란 기대였다.

이는 파월 의장이 지난 8월26일 잭슨홀 연설 때 매파적 본색을 드러내면서 무참히 깨졌고 미국 증시는 전 저점 밑으로 추락했다.



그러다 증시는 지난 10월13일,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영향으로 급락하더니 갑자기 반등하면서 다시 랠리 모드에 들어갔다.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에 매수세를 촉발시킨 것은 이른바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었다.

9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높게 나왔으니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가 또 다시 0.75%포인트 올라가겠지만 12월에는 인상폭이 0.5%포인트로 낮아질 것이란 기대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런 전망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 10월21일 "금리를 너무 급격하게 올려 경기를 침체에 빠트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이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긴축 속도보다 최종 금리가 중요
파월 의장도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동의했다. 그는 빠르면 12월 FOMC에서부터 금리 인상폭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금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올라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FOMC 때 연준 위원들이 예상한 내년 정점 금리는 4.6%였다. 이는 연방기금 금리 4.5~4.75%를 의미한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초에 5% 위로 올라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되 작은 스텝으로 최종 금리를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올리겠다는 의미다.

시장은 FOMC 성명서에서 앞으로 "금리를 올릴 때 긴축의 누적적인 효과와 통화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칠 때까지 걸리는 시차를 고려하겠다"는 문장을 완화적으로 해석했다,

금리 인상폭을 낮추다가 금리 인상을 중단한 뒤 그간 긴축의 효과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폭을 낮추는 것은 맞는데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금리를 0.25%포인트씩 계속 올리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에서 '피봇'하는 것은 맞지만 금리 인상 중단이라는 측면에서 '피봇'은 현재로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할 때 앞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는 어떻게 될까.

일단 12월에 0.5%포인트(4.25~4.5%), 내년 2월에 0.25%포인트(4.5~4.75%), 3월에 0.25%포인트(4.75%~5%)의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5월과 6월에도 0.25%포인트씩 금리 인상이 지속될 수 있다.

파월이 원하는 인플레, 아무도 몰라
둘째, 투자자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파월 의장이 금리를 어디까지 올리겠다는 지침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월 의장은 그간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로 낮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 인플레이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밝힌 적이 없다.

연준이 기준으로 삼는 인플레이션은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다. 따라서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상승률 2%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닐까 추정할 뿐이다.

더 큰 문제는 공개되는 인플레이션은 후행지표라는 점이다.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10~13일 가량, PCE 물가상승률은 한달 가량 시차가 있다.

발표된 물가지표를 보고 정책을 변경하면 늦어도 너무 늦다.

"차라리 과잉 긴축이 낫다"
이와 관련해 파월 의장은 연준이 과잉 긴축해도 이것이 최악의 실수는 아니라고 말했다. 연준은 경기를 부양할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과잉 긴축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보고서를 통해 파월 의장은 과잉 긴축하는 실수를 더 선호하며 최종 금리를 덜 올리는 리스크보다 필요 이상으로 더 올리는 리스크가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달러에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투자자들은 CPI 상승률이 정점을 치고 내려가고 있다는 이유로 연준의 피봇을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아무도 파월 의장이 생각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가 어떤 지표의 어떤 수준을 뜻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월 의장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파월 의장은 여러 차례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착돼야 한다"(anchored)는 표현을 써왔다. 하지만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함께 참조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게다가 시장이 지표로 삼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없다. 5년물 국채와 물가연동채권(TIPS) 사이의 수익률 차이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 미시간대학이 매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봐야 하는지 투자자들로선 알 수가 없다.

파월 의장은 여러 지표들을 두루 살펴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고 공감하는 수준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침체 가능성 쿨하게 인정
마지막으로 파월 의장이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아직 소프트랜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고 있어 그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이치뱅크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매트 루제티는 "연준의 마음 속에서 침체 가능성이 올라간 것"이라고 말했다.

JP모간의 이코노미스트인 베넛 패리쉬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이 발언이 가장 매파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침체 가능성? 알아. 그래도 금리 인상으로 직진이야"라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 투자할 때 아무리 바텀 업(Bottom-up), 즉 종목 분석을 강조한다 한들 매크로가 흔들리면 소용이 없다. 금리 수준은 자금 이동(머니 무브)을 유발하고 미래에 창출할 이익의 현재 가치를 결정해 기업의 적정 주가수익비율(PER)마저 바꾼다.

매크로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고 침체 확률이 높아졌다는데는 버틸 장사가 없다.

지금은 "연준과 싸우지 말라"는 투자 격언 외엔 어떤 전략, 전술도 무익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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