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울리는 휴대폰·짝 잃은 신발…주인 기다리는 이태원 물품 1.5t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11.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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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에서 부상자가 유실물을 찾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유실물 센터에서 부상자가 유실물을 찾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손 놔라 안 그러면 너 죽는다' 주변에서 소리치길래 가방을 그냥 손에서 놨어요. 그렇게 잃어버린 가방을 찾으러 왔어요."

1일 오전 10시쯤 유실물센터가 마련된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찾은 이태원 참사 생존자 장여진씨(20)는 가방을 잃어버리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장씨는 지난 29일 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골목 맨 아래 깔렸지만, 친구와 함께 살아남았다. 장씨는 사고 당시 밀리는 인파에 다리 골절상을 입어 왼쪽 다리에 석고붕대를 한 채로 체육관을 찾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전날(31일)부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물품 보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고 직후 잠깐 희생자 45구의 시신이 안치됐던 곳이기도 하다. 센터 안에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가방 124개, 옷 258벌, 신발 256켤레, 짝 잃은 신발 64개, 전자 제품, 모자 등 기타 제품 156개가 보관되고 있다. 보관 물품 무게만 1.5t가량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센터에 찾은 장씨는 사고 당시 잃어버린 검은색 작은 손가방을 찾았다. 가방 안에 있던 지갑은 찾지 못했다. 장씨는 사고 당일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에서 인파에 떠밀려 가다 넘어지면서 가장 아랫부분에 깔렸다. 장씨는 밤 10시쯤 사람이 몰려 귀가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술집 밖으로 나오자마자 인파에 밀렸다. 이미 장씨 앞에는 여성 몇 명이 쓰러졌고 자신도 숨이 안 쉬어지는 상황이었다.



장씨는 "벽 반대편이랑 무슨 술집 사이 공간이 있었는데 그쪽에서 넘어져서 운 좋게 상반신은 좀 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며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가장자리부터 차례로 구조해서 중간에 끼어있던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탈출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장씨는 밤 11시가 넘어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친구의 긴급 전화를 받고 나온 놀라 집에서 장씨의 아버지가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직접 장씨를 둘러업고 한강진역까지 뛰어갔다. 장씨는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어머니의 차를 타고 장씨의 집 근처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받았다.

센터에 마련된 물품은 장씨가 설명한 지난달 29일 참사 당시 혼란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혈흔이 묻은 흰 신발부터 짝을 잃은 신발, 흙과 오물 등으로 더럽혀진 외투, 이곳저곳이 구겨진 명품 가방과 코스프레용 경찰모 등이 바닥에 놓여있었다.

휴대전화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휴대폰 한 대에서는 계속 알람이 울리기도 했다. 경찰은 당초 휴대폰이나 신분증 등은 따로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개인정보 확인이 되지 않아 분류되지 않은 휴대전화는 유실물로 넘어와 센터에 보관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 밝은 표정으로 찍은 상당수의 네 컷 사진들도 유실물로 들어왔다. 텔레토비 분장을 한 친구 넷이서 찍은 사진. 친구와 토끼 머리띠를 하고 찍은 사진. 전역모를 쓰고 경례한 채로 찍은 사진 등이 있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운영에 들어간 유실물센터는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매일 24시간 운영된다. 장례 등 수습 절차가 남은 점을 고려하면 희생자 가족 등이 현장에서 물품을 직접 찾아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에서 경찰이 정리한 유실물 정보는 '로스트 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스트 112' 웹페이지는 'www.lost112.go.kr' 다.

한편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40분쯤 '이태원사고 유실물센터'라고 적힌 현수막과 입간판을 철거했다.' 유실물'이라는 표현에 대해 일부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태원 물품 보관소'로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다.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를 찾은 부상자가 깁스를 한 채 유실물을 찾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를 찾은 부상자가 깁스를 한 채 유실물을 찾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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